미국의 유망 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사기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금융 분석 업체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니콜라는 사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이번에는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직접 설계했다는 장거리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 원’ 디자인이 실제로는 크로아티아의 한 디자이너에게 구매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팩 상장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CEO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 시각) “니콜라 창업자가 다른 제3자에게 트럭 디자인을 구매했다”고 2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금은 회사를 떠난 창업자 밀턴은 지난 2015년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제조업체 리막(Rimac)을 방문했을 당시 만난 이 회사 디자이너 애드리아노 머드리(Adriano Mudri)에게 수천 달러를 주고 트럭 설계 컴퓨터 도면과 가상 3D모델을 구매했다. 머드리는 해당 설계 도면을 과거 졸업작품으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가 공개한 수소 전기 트럭 '니콜라 원'

논란의 중심에 선 트럭 ‘니콜라 원’은 현재 테슬라와 20억 달러(약 2조3500억원) 규모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도 휘말려 있다. 니콜라는 지난 2018년 5월 테슬라의 첫 상용차 모델인 ‘세미트럭’ 디자인이 니콜라 원의 디자인을 무단 사용했다며 테슬라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 과정에서 니콜라 측은 해당 트럭의 설계 초안이 2013년 창업자 밀턴의 지하실에서 만들어졌고 이후 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마쳤다고 주장했다. 만약 밀턴이 크로아티아 디자이너에게 니콜라 원 관련 설계 도면을 구매했다면, 직접 설계했다는 이 주장은 거짓말이 된다.

테슬라가 니콜라와의 특허권 침해 소송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첨부한 '로드러너' 트럭 디자인.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제조업체 리막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애드리아노 머드리가 만든 디자인이다.

테슬라는 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니콜라 원 설계는 머드리의 설계를 기초로 한 것”이라며 니콜라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반박했다. 2015년 12월 출원된 특허에는 밀턴의 이름은 있지만 머드리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밀턴이 무드리를 특허 출원 시 발명자로 적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기만적인 의도가 있었다”라며 “니콜라 원의 일부 특징이 무드리의 디자인에 기반한 사실을 알았다면 특허청이 특허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콜라 사기 의혹은 지난 10일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 가지 거짓말로 세워진 사기 업체”라는 내용을 담은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힌덴부르크 리서치는 “니콜라가 트럭을 언덕 위에서 굴려서 달리는 수소트럭 영상을 찍었다”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허풍”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고 관련 증거를 제시했다.

그래픽=김현국

당시 니콜라 최고경영자(CEO)였던 창업자 밀턴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일방적인 거짓 주장”이라며 힌덴부르크 리서치에 대한 법적 조치 예고와 함께 구체적인 반박 자료를 냈다. 하지만 “당시엔 개발 단계였지만, 지금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문으로 실제 능력을 과대포장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고 밀턴은 결국 지난 20일 밤 트위터에서 사임의사를 밝히고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놨다. 미 증권거래위(SEC)와 법무부는 현재 니콜라의 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기 의혹이 불어나면서 니콜라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GM이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189억 달러(약 22조5500억원)까지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25일 장 마감 기준 73억7500만 달러(약 8조6655억원)로 절반 이상 증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