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LCC) 업계에서 도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반기에는 정부지원금 3000억원을 지원 받고, 업체별로 유급휴직 등을 시행하면서 겨우 버텼지만 하반기에는 정부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유급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도 곧 끊기기 때문에 연쇄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플라이강원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처음 취항했지만 올 1월 코로나가 터지면서 제대로 사업도 해보지 못한 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미 운영자금은 바닥났고 10월부터는 전체 직원 240명 중 160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9월에는 직원들에게 임금도 지급하지 못했고 여객·수하물·화물 이동을 맡고 있는 지상조업사에도 대금을 연체하고 있다.

매각설도 흘러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은 최근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신생 항공사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역시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 불황으로 취항도 하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취항에 필수인 항공운항증명(AOC) 취득이 지연되면서 영업을 시작도 못했고 자본금도 거의 소진된 상태다.

지난 7월 제주항공과 인수 계약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각종 미지급금 규모가 1700억원에 달하고, AOC효력도 정지돼 당장 운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 소속 조종사들도 전원 운항 자격이 상실된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당장 파산 선언을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나머지 LCC들은 코로나 위기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와 달리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없는 LCC들은 잇따라 유상증자를 하고 있다.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지난 28일 8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에어부산은 이 돈을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에어부산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도 참여해 최대 3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 15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쳐 일단 생존 자금을 확보했고,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11월 각각 1050억원과 7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자본잠식률이 331%로 치솟아 재무건정성이 크게 악화된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출범 이후 한 번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 아시아나항공의 도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다. 담보로 맡길 마땅한 자산도 없어서 금융권에서 대출도 할 수 없다.

항공업계에선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길 경우 연쇄 감원도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항공업계 임원은 “코로나 위기에도 이스타항공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가 고용을 유지해온 것은 고용유지지원금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지원금이 끊기면 각 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감원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월 항공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당초 180일에서 60일을 연장했다. 이에 따라 업체별로 10~11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이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