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자체 산정한 ‘탈(脫)원전 매몰비용(손실)’이 최소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이 중 약 6600억원은 정부에 손실 보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현 정부 들어 조기폐쇄·백지화된 원전 7기의 손실을 최소 1조4455억원으로 계산했다. 원전별로는 월성 1호기 5652억원, 신한울 3·4호기 7790억원, 천지 1·2호기 979억원, 대진 1·2호기 34억원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했고,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한 5기 원전의 조기폐쇄·백지화를 의결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들 원전 5기 조기폐쇄·백지화 비용 6665억원을 정부에 손실 보전 청구할 예정이다. 최종 청구액은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가 끝난 후 확정할 예정이다.

신한울 3·4호기가 손실 보전 청구 대상에서 빠진 것은 현재 ‘건설 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도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취소하지 않았다. 건설 취소 시 주(主)기기 등을 사전 제작한 두산중공업 등에 수천억원대의 손실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수원이 탈원전 손실 보전을 청구하면 정부는 국민이 낸 전기료에서 3.7%씩 떼어내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보전해줄 방침이다. 기금 사용 근거 마련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력산업 발전과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정부가 ‘쌈짓돈’ 쓰듯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무경 의원은 “한수원이 탈원전 청구서를 내밀면 정부가 국민이 낸 전기료로 지급하는 구조”라며 “손실비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책 결정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