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6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한국)’.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난 영구 실업자 380만명(미국)’.
‘실업자 수 200만명 돌파(일본)’.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취업난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세계 각국에서 경제가 ‘V자’로 반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수그러들고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 취업 빙하기가 올 것이란 암울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한·미·일 모두 취업난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굿바이 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비행에 나선 승무원들이 짐을 싸거나 비행기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등을 기록용으로 만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항공 업계 지원이 지난 1일 끝나면서 미국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은 감원에 나서기로 해 3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이다.
항공 업계뿐 아니다. 지난 2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영구 실업자(permanent job loser) 수는 8월보다 34만5000명 늘어난 37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영구 실업자는 다니던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났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뜻한다. 영구 실업자는 지난 2월 이후 250만명이 늘었다. CNN은 “많은 이가 코로나 사태로 잠시 동안 휴직하거나 직업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비용을 절감하려 하면서 이미 일자리 400만개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일손 부족에 시달렸던 일본도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2일 발표한 8월 노동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완전 실업률이 3%로 집계됐다. 일본의 완전 실업률이 3%대에 진입한 건 2017년 5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완전 실업자 수는 7개월째 늘어 지난 8월 206만명에 달했다. 작년 8월과 비교하면 49만명 늘었다.
한국도 다를 게 없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만4000명이 줄면서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6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1~8월 8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이후 11년 만이다.
◇전문가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몇 년 걸린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가 수그러들고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미·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쏟아지며 암울한 전망이 세계 경제를 뒤덮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오스턴 굴즈비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영구 실업자 증가는 불길한(ominous) 징조”라며 “코로나 이전 경제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몇 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하버드대 경제학자 가브리엘 초도로-라이히 등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최악의 경우 올해 연말 미국 영구 실업자 수가 87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860만명이었던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영구 실업자 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 빙하기의 장기화로 구직자들의 재취업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리안 베르트랑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그동안 축적했던 경쟁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무용지물이 되고 재취업하겠다는 의지도 약해진다”며 “결국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국 정부는 실업자들이 향후 경기가 나아졌을 때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한 전망은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올해 졸업생 예상 취업률은 44.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직업을 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의 56.8%는 올해 하반기 취업 환경이 취업난이 심했던 상반기보다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취업 환경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청년들의 취업난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규제 혁파, 고용 유연성 확보 등 기업들의 고용 여력 확충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