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로드숍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으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고열과 전신통'을 이유로 불출석 입장을 밝히자, 의원들이 서 회장에 대해 ‘출석 회피’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했다.
서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고열 및 근육통 증상으로 안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국회에 국감 불출석 사유서와 함께 제출했다.
서 회장은 사유서에서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사업상 부득이하게 다수 사람들과 접촉을 하게 됐다”며 “5일 정상 출근해 회사 업무를 보고 퇴근한 후 저녁 늦게 갑자기 고열과 두통, 메스꺼움을 느껴 6일 오전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의사 소견은 고열과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이 심해 경우에 따라 정밀검사와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라며 국감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서 회장이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에 갔다가 고열과 전신 근육통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모레 관계자는 “서 회장이 현재 회사에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하지만 아직 코로나 검사를 받진 않았다”고 밝혔다.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7일 “엄히 봐야 한다. 이는 국회 모독”이라며 “고열이 나는데 ‘정형외과’에 가서 증빙서(소견서)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같은 당 유의동 의원은 “종합 국감 때(22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코로나가 아니라면 증인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부터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화장품을 로드숍 가맹점보다 훨씬 더 싼 값에 공급하는 ‘온·오프라인 이중가격’ 정책을 펼쳐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채널에서 공급가를 더 낮게 책정해 가맹점을 차별했는지 조사 중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국회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12년 국회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증인 출석 요구를 받고 나오지 않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수사와 재판 끝에 벌금 1000만~15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