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는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란 예상이 꾸준히 나왔다. 재계 지인들이 많고 소재부품사가 몰려있는 일본, 주요 사업장이 있는 베트남이 차기 출장지로 유력하게 거론됐는데, 이런 전망을 깨고 출장지로 유럽 네덜란드를 선택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덜란드에는 삼성전자 등에 EUV(극자외선) 노광기를 독점공급하는 장비업체 ASML이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유럽 네덜란드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ASML 최고경영진과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 등 약 1주일 정도 유럽 출장을 마친 뒤 귀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은 외국 정부 최고위층을 비롯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인공지능(AI) 분야 석학 등과 꾸준히 교류하며 1년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출장이 중단된 것”이라며 “자가격리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코로나19로 기업인 신속통로가 개설된 곳을 중심으로 조만간 해외 현장 경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총 20대 미만 EUV 노광 장비를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약 10대 규모의 EUV 노광기를 새롭게 들여온 데 이어 올해 신규 장비를 추가로 들여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까지 EUV공정을 도입해 EUV 생태계의 큰 손으로 꼽힌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어서는 깜짝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10조원 초반으로 예상됐던 시장의 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20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TV·가전 부문의 수요가 폭발하고 우려했던 반도체 부문도 기대 이상 선전하면서 2년 만에 최고 실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은 66조원으로 분기 실적으로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8.6%로 1분기(11.6%)와 2분기(15.4%)보다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