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을 만든 핵심 세력으로 꼽히는 민주노총의 행태에 환멸을 느낀 노동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노조 집행부의 민노총 가입 추진에 노조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민노총과 거리를 둔 새 노조를 만드는 등 반(反) 민노총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28일 그룹사 중 가장 먼저 단체 교섭을 마무리했다. 회사와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월 현대로보틱스에서 민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새 노조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로보틱스 노조는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과 함께 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소속이었는데 이 체제에선 ‘4사 1노조’ 원칙에 따라 네 사업장 임·단협이 모두 타결돼야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파업 거부 직원을 폭행하고 사업장 기물을 파손해 해고된 노동자 4명의 복직을 선결 조건으로 걸어 협상은 2년째 교착돼 있었다.

현대로보틱스에 새 노조가 생기자, 연구직 등 130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고, 새 노조 출범 두 달 만에 2019~2020년 2년치 단체교섭 합의안이 마련됐다. 이 안은 조합원 총회 찬성률 95.5%로 가결됐다. 현대로보틱스 새 노조의 단체교섭 마무리 소식이 알려지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게시판에는 “금속노조위원장님. 현중 노조는 너희의 봉이 아니다. 조합비만 받고 뭐하냐. 돈값을 해라” 등 민노총과 노조 집행부를 성토하는 글이 이어졌다.

지난 2018년 12월 출범한 르노삼성 노조 새 지도부는 지난달 전체 조합원 1983명을 상대로 민노총 금속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벌였지만 찬성 요건을 채우지 못해 실패했다. 온건파로 통했던 르노삼성 노조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800시간의 파업을 벌이는 등 강성 일변도 투쟁을 벌여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재계 관계자는 “조합원 과반수 찬성만으로 사실상 1년 내내 파업이 가능한 한국의 법제가 르노삼성 새 지도부의 독주를 뒷받침했다”며 “르노삼성 노동자들이 새 지도부의 행태에 피로감을 느끼며 민노총 가입을 막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 집권 2년 동안 노조를 탈퇴하거나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된 노조원은 300명에 달한다.

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에 가입했던 한국은행 노조도 지난 7월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