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가동한 지 오래된 원전들에 대한 설비개선(개보수) 작업을 잇따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을 80년까지 가동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한수원은 40년도 안 된 국내 원전들을 ‘탈(脫)원전’ 일정표에 맞춰 문 닫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설계 수명이 많이 남지 않은 원전 3기(한빛 1·2호기, 고리 2호기)에 대해 최근 3년간 총 52건의 설비 개선을 취소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전의 설비 개선을 하겠다’고 허가를 신청했거나 신고를 했다가 나중에 철회한 건수를 말한다.
2023년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는 한수원이 2017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원안위에 개보수(설비 개선)를 신청을 했다가 철회한 게 12건이었다. 2025년·2026년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한빛 1·2호기는 20건씩 철회했다. 반면 설계 수명이 2034·2035년인 한빛 3·4호기는 6건씩 철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윤 의원실에 “운전방법 개선으로 대체 가능하고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은 지 오래된 원전일수록 각종 부품 교체나 안전도 강화에 따른 설비 개보수 필요성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원전의 수명을 잇따라 80년으로 연장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수원이 원전을 80년 가동하면, 40년 가동 후 폐쇄할 때보다 원전 한 기에 매출을 약 17조원 더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한수원이 고리 2호기와 한빛 1·2호기의 설비 개선을 잇따라 취소한 건 탈원전 일정에 따라 어차피 폐쇄할 원전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원전 개보수를 하지 않고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다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려 할 때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