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삵·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풍력발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국유림 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삵과 하늘다람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종이다. 인공 조림지는 정부가 산사태 예방, 미세 먼지 저감, 온실가스 흡수 등의 목적으로 국가 예산을 들여 조성한 숲이다.
20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삵·하늘다람쥐 서식지인 강원도 태백시 육백산 등 인공 조림지에 풍력발전 설치를 허용하는 ‘국유림 관리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끝내고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는 인공 조림지에 풍력발전 설치가 허용되지 않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 인공 조림지가 육상 풍력발전 사업 면적의 10% 미만인 경우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 시 20곳의 인공 조림지에 총 설비용량 1.1GW(기가와트)의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중 육백산 인공 조림지의 경우 특히 환경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풍력발전 사업이 한 차례 반려됐다. 환경부 원주환경청은 2018년 4월 태백시가 신청한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했다. 사유는 ‘삵·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자연성이 우수한 신갈나무 군락 등 식생보전등급 2, 3등급’ ‘주요 산림 생태 축인 육백지맥, 사금지맥 관통’ ‘한반도에서 희귀한 고위평탄면 등 특이지형 분포’ 등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 특위’는 지난해 5월 산림청 차장,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환경부 자연환경정책 실장 등을 육백산 풍력발전소 예정지로 불러 모아 현장 간담회를 했다. 산림청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 특위 위원들은 ‘인공 조림지는 풍력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산림청을 상대로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육백산은 고위평탄지로 (풍력발전을 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며 풍력발전 허용을 압박했다.
한 의원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삵의 서식지를 파헤쳐 풍력발전소를 짓겠다는 현 정부의 환경 파괴적 시행령 개정은 중단돼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수십 년간 소중히 가꿔온 숲을 망가뜨리면 오히려 환경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