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건희 IOC 위원(오른쪽)과 가족 일가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120728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

25일 세상을 떠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기업가로서뿐 아니라 체육인으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고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이 회장은 1982년 대한아마추어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경기도 용인에 레슬링 전용체육관을 지어 기증했고, 1996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선출된 후로 세계 스포츠 외교 무대로 보폭을 넓혔다.

그가 가장 큰 애착을 가진 것이 동계올림픽 유치였다. IOC 총회뿐 아니라 주요 외국 기업인을 만나면 한국에서 동계올림픽 개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동시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선 기본 종목인 빙상 육성이 필요하다”며 10여년간 매년 10억원 가까운 금액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지원했다.

22일 IOC가 2018 동계올림픽 공식 후보도시를 발표하고, 2018을 향한 대장정은 본격화된다. 사진은 올 2월 밴쿠버 올림픽 선수촌을 방문해 한국 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이건희 IOC위원.

2010년·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연거푸 실패한 후 국민적 염원이 된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회장은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모두 11 차례, 17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니며 유치 활동에 주력했다. 마침내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이건희 회장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이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지난 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OC 총회에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건희 삼성회장이 평창 올림픽 유치위원회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자크로게 IOC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스포츠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행사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삼성전자가 무선통신분야 공식 후원사가 된 이후 올림픽 마케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제일기획 사장을 지낸 이순동 한국광고연합회장은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삼성은 중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평소 스키와 탁구, 테니스, 골프 등을 즐겼고,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골프에서 에티켓과 자율을, 야구에서 포수의 정신을, 럭비에서 투자를 배워야 한다는 이 회장의 애기에 따라 ‘삼성 3대 스포츠’란 얘기도 있었다.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하며, 규칙과 에티켓을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자 가치”라고 생전에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