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디스플레이용 광원 시장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질화갈륨 마이크로 LED’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이를 통해 LED는 기존 제조 방식을 탈피, 마치 종이처럼 구부러지면서도 가위로 자를 수 있으며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세종대 홍영준·홍석륜 교수 연구팀을 비롯한 공동 연구단이 개발에 참여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결실을 봤다.

‘질화갈륨 마이크로 LED’ 기술 개발을 주도한 세종대 홍영준(왼쪽) 교수가 연구진과 함께 실혐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결실을 봤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 기존 제조 방식 탈피한 유연 소자 제작

기존엔 웨이러블 기기용 유연한 LED 제작을 위해 레이저로 박막 LED를 작게 가공한 뒤 유연한 기판에 배열하는 방식이 쓰였다. 하지만 이럴 경우 유연성을 요구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조하기는 어려웠다. 기판과 LED가 화학적으로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강한 레이저나 화학적 식각 과정이 필요한데, 비용이 많이 들고 LED가 손상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존 제조 방식을 탈피해 그래핀으로 코팅된 사파이어 기판 위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 소자 수만 개를 배열했다. 공동 기술 개발 수행 과정 중 세종대 정준석 연구원은 ‘리모트 에피택시 기술’을 적용해 마이크로 LED를 제조했다. 기존의 전사 기술에서는 기판으로부터 LED를 떼어내기 위해 레이저 또는 계면을 변절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래핀 표면이 LED와 화학결합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마이크로 LED를 점착 테이프로 통째로 떼어내 패널 형태로 만들어 변형이 자유로운 LED를 만들 수 있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정 연구원은 “기존 공정 없이 그래핀의 특성을 이용해 깔끔하게 박리해 LED를 재활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앞으로 LED 위치조절을 통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전사 수율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 산·학·연 협업 통한 결실

이번 기술 연구는 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홍영준 교수가 속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연구 책임을 담당했다. 이화여대는 기계적 박리 및 전사 기술을 맡았고, ㈜코아시아는 LED 패킹 기술을 제공해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또 미 텍사스대, 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도 연구에 공동 참가했다. 국제공동기술사업을 통해 국내 4개 기관, 국외 2개 기관이 협업했다.

홍영준 교수는 국외 기관과의 협업에 대해 “해외에서는 서포트를 많이 받으면서도 이론적인 것을 많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국내에서는 빠른 속도로 더 실질적이고 중요한 연구를 했다”며 “서로 다른 연구 환경에 대해서 자극이 되는 선의의 라이벌이면서, 한편으로는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 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6개 산학연이 사업에 참가한 점에 대해선 “기관마다 사업에 참가했을 때 장점이 다르다”며 “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다른 기관의 다양한 연구 자재를 사용하며 전문가들의 연구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기업은 영리를 취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미래 실용화 구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업기술진흥원의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 지원을 통해 신기술 개발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국가가 기술 개발에 대해 지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수혜를 받았고 이젠 내 제자들이 그런 지원을 받으며 연구하고 있다”며 “덕분에 기초기술뿐만 아니라 산업에 응용 가능한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와 재원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고, 많은 인재가 배출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투자가 당장 눈앞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홍 교수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언젠가 우리나라의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기술진흥원에서 계속 사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으니 많은 기관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이 외에도 다양한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국제 R&D TV’를 통해 산업기술진흥원 내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을 통한 기업의 성공 사례와 세부 사업 내용, 과제 관리 방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