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회사 DHL은 최근 발간한 ‘물류 트렌드 레이더’에서 “2012년 이후 물류 분야에 300억달러(약 33조8000억원)가 투자됐다”며 “3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물류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로지스팟(LOGISPOT)’도 그 중 하나다. 하루 1000여 대의 화물차가 이 회사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물건을 나른다. 2016년 설립된 뒤 매년 10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화물차는 0대다. 최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로지스팟 박준규·박재용(30) 공동대표를 만났다.
영국 유학을 함께한 동갑내기인 두 대표는 운송회사(국제로지스)를 인수하며 2016년 로지스팟을 창업했다. 박준규 대표는 “화물 운송 시장은 일부 대형 물류회사와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혼재돼 있는 구조”라며 “자동화·디지털화를 하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통상 화물 운송은 고객이 화물 운송 회사에 전화를 걸어 요청하면 기사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로지스팟은 여기에 디지털을 입혔다. 단순화하면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플랫폼이다. 박재용 대표는 “IT 배차 사무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는 로지스팟은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현재 로지스팟에선 온라인으로 화물 운송을 접수하는 비율이 93%에 달한다.
낯선 서비스였지만, 고객들이 먼저 반응했다. 모바일 앱과 PC 통합 운송관리 설루션 등을 통해 정산과 마감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고객사가 업무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택배처럼 화물 운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박준규 대표는 “퍼시스·레노버·넥센타이어 등 5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물류비 절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지스팟의 네트워크에 속한 운전기사는 7만명에 달한다. 박재용 대표는 “드라이버 파트너(운전기사)의 가장 큰 애로는 대금 결제”라며 “카드 회사와 제휴해 통상 3주 이상 걸리는 대금 결제 주기를 주 단위로 바꿨다”고 말했다. 우수 기사인 ‘플러스 드라이버’에게는 우선 배차와 같은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업계에 로지스팟이 차츰 알려지면서 화물 기사들은 로지스팟을 줄여 ‘로팟’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로지스팟은 카카오벤처스, 스타트업 육성기관 스파크랩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화물 운송에서 자신감을 얻고 외부 투자까지 유치한 로지스팟은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업력 20년의 종합운송사(성현티엘에스)를 인수한 데 이어 퀵서비스 기업(신한국로지스텍)까지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7일에는 전국에 10여 개 지점과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물류기업 티피엠로지스를 인수했다. 로지스팟은 티피엠로지스 인수를 통해 화물 운송, 퀵서비스에 더해 항공·항만에서 이뤄지는 수출입 관련 물류 업무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직원도 기존 50명에서 70명이 늘어난 120명 규모가 됐다. 박준규 대표는 “디지털 통합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지스팟은 내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