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초부터 현대차 그룹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2.9%, 현대모비스 2.6%, 기아차 2.1%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2019년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2.9% 지분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추천, 배당 확대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수소전지 부문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발라드파워시스템사 회장 등 3인을 추천했다. 또 영업이익의 2.4배(5조 8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배당도 요구했다. 당시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부결됐지만, 외국인 주주의 찬성률은 각각 49%, 53%, 46%로 높은 결집력을 보였다. 3인의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차례로 상정하고 이후 해당 사외이사 선임시 이들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각각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사외이사 선임단계에서 부결된 것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엘리엇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1인의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이사선임감사위원 선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별도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하고, 이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2. 2006년 미국 헤지펀드 칼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 연합이 국내기업 KT&G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 개입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스틸파트너스 대표인 워런 리히텐슈타인이 이사회에 진출했고, 아이칸 연합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 청구권’을 행사했다. 아이칸 측이 요구한 장부는 ‘이사보수 지급 내역’, ‘사회복지재단 출연 내역’, ‘자문계약 내역’ 등이 포함된 문건으로 법적 분쟁으로 악용할 가능성 높은 내용이었다. 앞서 KT&G는 회계장부열람권을 행사한 아이칸 연합의 대표이자 회사의 사외이사인 워런 리히텐슈타인에게 이사직과 관련해 ‘비밀유지 서약서’를 요청했으나, 장기간 제출하지 않아 회계장부열람 요구를 보류했다. 이사 선임 약 3개월 후에야 워런 리히텐슈타인 이사는 ‘비밀유지 서약서’를 회사에 제출했고, 서약서 수령 이후 회사는 요구했던 회계 관련 자료를 아이칸 연합 측에 제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일 국회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의 주요쟁점인 감사위원 선임 규제와 관련해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3% 룰 규제 강화가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 전체 상장회사 500개사 지분율 분석을 중심으로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기업에 미칠 실제적 영향력과 파급 효과를 살펴봤다.
감사위원회 설치 상장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개정안 적용에 따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변화를 살펴본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 평균 47% 가운데 3%만 행사 가능해 93.6%에 해당하는 44%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되는 의결권의 시가총액은 약 377조원으로 규제 대상기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시가총액 416조원의 90.8%에 해당한다.
감사위원 선임 규제로 인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 비중은 감사위원회 의무도입 기업(39.4%)보다 중견·중소규모 상장회사 등 자율도입 기업(45.5%)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상법상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대상 사업장(123개사)은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사업장이나, 자산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사업장(377개사)도 선택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경총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회사는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운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도입시 직접적인 규제를 받는 결과 초래, 감사위원 선임 규제가 감사위원회 자율도입 인센티브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위원 선임 규제 대상기업의 51.8%가 ‘자산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구간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이며, 최대주주 등의 지분 중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분율은 ’5000억원 이상 자산 1조원 미만' 규모에서 가장 크게(49.1%) 나타났다.
보고서는 감사위원 선임 규제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먼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3% 룰 강화’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보다는 외국계 투기자본 같은 기관투자자만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주요기업에 감사위원을 추천하고 실제 선임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나, 소액주주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개정안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시 보유 지분을 합산하여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은, 소위 ‘지분 쪼개기’로 복수 기관에 지분을 분산시킬 수 있는 외국계 펀드 등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주주 등은 합산 3% 룰 때문에 직접적인 의결권 제한을 받고(평균 지분 47% 중 44% 제한), 외국계 펀드 등 나머지 주주는 합산하지 않아 보유 지분 전부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외국계 펀드가 9% 지분을 쪼개서 갖고 있다면 최대주주 등의 47% 지분이 외국계 펀드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총은 또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최소 비용의 대폭 하락으로, 투기 펀드나 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외국인 지분 보유 비율이 높은 대기업의 경우, 개정안 시행으로 진입 비용이 크게 줄어 해외 펀드 등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증가하고, 최대주주의 선임권은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이사회에 투기 세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등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가 코스닥 상장 중견기업 A사(시가총액 2000억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40%)의 이사회에 진입 시도시 필요 자금이 현재는 800억원(최대주주와 최소한 동일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 이상이나, 개정안 통과시 60억원(3% 수준의 지분 확보 비용)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개정안으로 인해 외국계 투기 펀드 등 적대 세력이 국내 기업 이사회에 진입할 경우,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사의 높은 권한을 무기로 기술 유출, 단기적 배당 정책 추구 등의 부작용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선임 규제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외국계 등 펀드의 입김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의결권까지 크게 제한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은 외국계 펀드 등을 포함한 2대, 3대 대주주는 의결권 합산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비교해 과도한 역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3% 룰 약점을 이용해 외국계 펀드가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국내 기업 이사회 진입을 시도한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 결집, 정보 요구권 행사 등 국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이 활용되었던 경험을 국회에서 한번 더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