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인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박수받다가 지난 4월 말 돌연 사임하고 떠났던 루커 동커볼케(55)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반년 만에 현대차로 다시 돌아왔다. 사임 이후에도 계속된 현대차 삼고초려에 결국 마음을 돌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디자인 기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신설하고 담당 임원에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임명한다고 2일 밝혔다.
신임 CCO를 맡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과거 아우디, 폴크스바겐, 수퍼카 람보르기니,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한 국제적인 명성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지난 2015년 11월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으로 영입됐다. 현대차가 그해 출범시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를 벤틀리에서 전격 스카우트한 것이다.
이후 4년간 그는 현대차 디자인 수준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차종의 완전 변경 모델이 나오기까지 통상 4~5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형 아반떼와 신형 G80 등 최근 나오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신차들이 바로 동커볼케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 2월에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에게 수여되는 ‘오토 베스트’ 디자인 부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신차들이 연달아 출시되며 한창 박수받을 무렵인 지난 4월 “일신상의 이유”를 밝히며 돌연 사임했다. 그랬던 그가 6개월 만에 다시 현대차로 복귀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커볼케 부사장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잠시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휴직을 권고했지만, 동커볼케 부사장이 ‘일을 할 수 없다면 회사를 떠나는 게 맞다’고 고집해 결국 사임한 걸로 안다”며 “가족이 있는 독일에서 지내며 몸을 회복한 후 다시 복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이 복귀를 다짐한 배경에는 반년 간 계속된 현대차의 구애가 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에 많은 유산을 남긴 디자인 거장인 만큼 꾸준히 연락을 취했다”며 “그러던 와중 CCO가 신설됐고 적임자로 여겨져 담당 임원직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독일에서 쉬는 동안 동커볼케 부사장은 다른 유명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계속된 정성에 그는 “일은 안 했으면 안 했지 다시 한다면 현대차에서 일하겠다”며 다시 현대차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독일에 있는 동커볼케 부사장은 우선 유럽권역본부와 유럽기술연구소에 출근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장 내년 제네시스의 유럽 공식 출시와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출시를 앞둔 만큼 디자인 관련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게 된다. 브랜드별 디자인 개발은 이상엽 전무(현대차·제네시스 담당)와 카림 하비브 전무(기아차 담당)가 현행대로 전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