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과 경제 시스템 전환을 위한 국가전략인 ‘한국판 뉴딜’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투자는 유례없이 위축되고 있어,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재정투자의 경제성 확보와 민간 투자활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2일 발표한 ‘성장 없는 산업정책과 향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재정투자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비투자증가율 2년 연속(‘18-’19년) 마이너스로 이례적

보고서는 지난 2년 간(2018~2019년) 현 정부의 대표적인 산업정책(성장전략)인 ‘혁신성장’의 성과가 매우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증가율(실질 기준)은 2018년 –2.3%, 2019년 –7.5%로 각각 마이너스성장을 하였는데, 투자증가율은 기저효과가 큰 변수임을 감안할 때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실제로 1960년 이후 2017년까지 설비투자가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한 경우는 IMF 외환위기(‘97~’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08~’09년) 당시 두 차례뿐이었고, 경제위기 없이 2년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한 경우는 지난 2년(‘18~’19년)이 처음이었다. 보고서는 World Bank(세계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연속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국가는 세계 140여 개국 중 10개국에 불과하며 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 터키 3개국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혁신성장과 밀접한 산업인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전기장비’, ‘기계 및 장비’ 제조업에서의 설비투자증가율이 기타 제조업 및 전체산업 수치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은 혁신성장의 성과부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최근 2년간 전체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18년)-2.3%, (’19년)-7.5%감소한데 비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 (‘18년)-10.2%, (’19년)-20.0%, △전기장비 제조업 (‘18년)-6.7%, (’19년)-10.9%로 전체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최근 2년간 세계 대다수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투자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면서 “특히 혁신성장을 주도할 산업에서의 투자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시장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성장 주요목표인 자본생산성 악화(‘18-’19년), 기업실적도 나빠져

보고서는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와 기업경영 주요 지표들 역시 지난 2년간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인 △총자본투자효율은 (‘17년)18.8%에서 (’19년)16.9%로, △설비투자효율은 (‘17년)61.0%에서 (’19년)54.8%로, △기계투자효율은 (‘17년)269.8%에서 (’19년)249.0%로 떨어졌다.

기업실적 지표의 경우 △매출액증가율은 (‘17년)9.2%에서 (’19년)0.4%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7년)6.1%에서 (’19년)4.2%로 2년 연속 감소했으며, △부채비율은 (‘17년)114.1%에서 (’18년) 111.1%로 소폭 감소했다가 ('19년)115.7%로 다시 증가하는 등 주요지표들이 악화됐다.

◇한국판 뉴딜, 혁신성장의 전철 밟지 않도록 시장신뢰 확보 필요

보고서는 혁신성장의 경제적 성과부진의 주요원인으로 정부 핵심 경제정책들 간의 부조화를 꼽았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또 다른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그 성격상 혁신성장과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생산성에 연동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인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지배구조 규제와 같은 정책방향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창의력이 발휘되는 경제시스템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혁신기반 성장을 촉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핵심 경제정책들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를 경우 정책의 효과는 물론이고 시장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면 시장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데, 그 결과가 지난 2년의 급격한 투자감소”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규제 3법 등 최근의 기업규제는 지배구조 유지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해 혁신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면서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판 ‘뉴딜’의 재정투자가 민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경제정책들이 동일한 방향성을 가져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