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이후, 재계에서는 구본준 고문발(發) 계열 분리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구 고문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일 뿐 아니라 전자·LCD·상사 등의 대표이사를 지낸 그룹 내 핵심 경영인이다. 이 때문에 LG전자의 전장(電裝) 사업 부문부터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많은 회사의 이름이 증권가(街)에서 오르내렸다. 그에 따라 그룹 내 지분·사업 구조가 유동적이었다. 15일 드러난 계열 분리안은 결국 그룹의 핵심 사업인 전자와 화학 계열사에 영향이 적고, 한때 구 고문이 지분을 보유했던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 그림이 최종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LG상사·하우시스 등 연내 계열 분리
구 고문의 계열 분리는 현재 구광모 회장 중심의 LG그룹 체제에 가장 영향이 작으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는 계열 분리 대상인 상사(지분율 25%), 하우시스(34%)의 최대 주주이며, LG상사는 그룹 물류 회사인 판토스(지분율 51%)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 밖에도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제조사인 실리콘웍스, 화학 소재 제조사인 LG MMA의 분리 여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상사와 판토스는 계열 분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 30여 년간 LG그룹 해외 물류를 도맡아 온 판토스는 LG전자, LG화학 등이 주요 고객사로 내부 거래 비율이 60%에 이르러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표적이 돼 왔다. 구광모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판토스 지분을 정리하고, LG상사가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매각하며 광화문 LG빌딩으로 이사한 것 등을 들어 재계에서는 LG상사의 분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건축 자재, 자동차 소재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700억원을 거뒀다. LG그룹 주력인 전자·화학과 무관한 부문에서 독자적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LG家 마지막 계열 분리 되나
LG그룹은 지금까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형제 간 다툼이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고, 동생들은 사업을 들고 나가 독립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씨 자녀들은 1999년 LG화재(현 LIG)를 들고 나갔다. 또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씨는 2003년 계열 분리해 2005년 LS그룹을 만들었다. LS그룹은 출범 초기 3형제가 4:4:2로 경영권을 나누었는데, 지금까지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2세대에서는 구인회 회장의 차남인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자녀들이 2006년 LG패션을 분사해 독립했고, 2014년 사명을 LF로 변경했다.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은 2000년 1월 LG유통 식품 서비스 부문을 독립시켜 아워홈을 설립했다.
LG그룹 3세대의 계열 분리는 이번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로 완성된다. 이에 앞서 1996년 구자경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 국제전선, 한국엥겔하드, 상농기업, 원광, 진광정기 등 6사를 떼어 계열 분리하며 희성그룹을 만들었다.
4세대에 와서 LG가(家)의 대규모 계열 분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지분을 갖고 있는 친척이 꽤 있지만, 대부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배당 등만 받기 때문에 계열 분리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