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발표 이후 항공 이용객에게는 어떤 영향이 미칠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일리지 사용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운임은 오르지 않는지, 노선은 어떻게 변경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진다. 일단 업계에선 1·2위 항공사가 통합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물론 코로나가 종식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항공사들이 통합하면 소비자의 편익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주 체제로 전환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들고 서비스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항 일정 다양화
우선 두 회사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취항했던 국제선부터 조정해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주로 장거리 노선에, 아시아나항공은 중·단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식으로 서로 장점을 살려 중복 노선을 정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예를 들어 현재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 14개, 유럽 노선 15개를 운항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노선 5개, 유럽 노선 7개를 운항 중인데 아시아나항공 노선은 대부분 대한항공과 겹친다. 통합 이후 아시아나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지역으로 취항해 승객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또한 운항 시간대도 조정될 예정이다. 현재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 30분에 인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오전 10시 20분과 오후 8시 20분에 인천에서 출발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두 항공사가 운항하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통합 대한항공이 인천~뉴욕 운항 시간대를 조정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다만 현재 두 항공사는 국제선 중 중복 노선이 48개에 달해 조정하더라도 운항편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일리지 합산 사용 가능
마일리지도 통합 운영된다. 양 사 항공편을 모두 이용해왔던 승객의 경우 합산된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비행기 좌석을 승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흡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도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다양한 사용처에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마일리지가 아시아나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사용처도 많아, 1대1 비율로 통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마일리지 좌석 예약과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에,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돼 있지만 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고 스카이팀에 가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된 항공사(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 등 26개)가 스카이팀(에어프랑스·델타 등 19개)보다 많기 때문에 제휴 마일리지 적립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은 우려한다.
◇독점에 따른 요금 인상 우려도
일각에서는 “양대 항공사가 경쟁하는 체제에서 대한항공이 독주하는 체제로 바뀌기 때문에 운임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항공 운임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등록한 공시 운임으로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고 있어서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면서 “중동·유럽 등 외국 항공사와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운임 인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운임 인상 움직임이 보인다면 제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6일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백브리핑에서 “외항사가 현재 33% 이상의 국제선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어서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올릴 수 없다”면서도 “단독 노선에서 과도한 운임을 받는다면 운수권 배분 등의 조치를 통해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