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각 대기업 연말 인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연말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변수가 있어 불확실성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별세, 현대차 정의선 회장 취임 등 그룹별로 굵직한 사건들이 있어 세대교체가 본격화될지, 아니면 주요 키맨들이 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연말 인사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LG, 이르면 25일 인사 단행… 계열 분리도 공식화
LG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이르면 25일 LG유플러스·디스플레이가, 26일 ㈜LG·LG화학·전자 등이 이사회를 열어 연말 인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LG 이사회에서는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을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다음 달 1일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까지 앞두고 있어 올해 연말인사에서 세대교체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년 6월이면 구광모 대표가 회장으로 취임한 지 만 3년이 되기 때문에 올해 인사에서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그룹 안팎의 살림을 책임지는 권영수 부회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 현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재용 회장 승진하나
재계 연말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지금도 삼성그룹 총수이고 삼성준법감시위에서 재판 중인 사람이 승진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에 회장 승진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국내 1위 삼성그룹에 회장이 없는 것은 난센스다. 그룹 구심점이 필요하다”, “국내는 상관없지만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부회장과 회장은 천지차이다” 등 회장으로 승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임원 인사에서는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50 넘은 신임 임원은 없다' 등 다양한 기준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첫 연말 인사
현대차는 지난달 14일 회장에 선임된 정의선 회장의 첫 연말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시 인사 체제로 바꿨지만, 정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미래 경영의 방향성을 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선 정 회장이 ‘모빌리티 혁명’을 비롯해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했던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다.
◇SK,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되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환갑을 맞는 다음 달 3일 전후로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내년 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동생인 최재원 그룹 수석부회장이 SK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최 수석부회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 제한으로 내년 10월까지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당장 실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사상 첫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트론·머티리얼즈 등 조 의장이 인수·합병한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요 사장단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에 올해 큰 폭의 변화는 없어 보인다.
◇롯데, 이르면 26일 인사… 인사 태풍 부나
롯데는 오는 26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통상 12월 말에 정기 인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시기를 한 달 정도 앞당기는 것이다. 롯데는 지난 8월 창사 이후 처음 단행된 비정기 인사에서 그룹 2인자 역할을 해 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는 등 이미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처한 상황을 볼 때 롯데가 느끼는 위기감은 어떤 10대 그룹보다 크다”며 “신 회장이 확실한 세대교체를 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 12월 이사회에서 한 달 앞당겨 최정우 연임 결정할 듯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6일 이사회에서 회장직 연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2차 전지 소재 분야의 대규모 투자 등 포스코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고 이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회장은 사규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연임 또는 퇴임 의사를 이사회 의장에게 반드시 밝혀야 한다. 원래 12월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히고 이듬해 1월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돼 왔는데 이번엔 이 과정이 한 달씩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최 회장 연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이번에 연임되더라도 두 번째 임기(3년)를 모두 채울지는 미지수다. 회장 임기 중에 정권이 바뀌면서 ‘포스코 회장 연임→새 정부 출범→포스코 회장 중도 퇴진’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