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가 4개월간 진통 끝에 어렵게 합의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총투표에서 부결됐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노조의 연이은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이미 수만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한국GM의 미래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1일 한국GM 노사에 따르면, 한국GM 노조가 지난달 30일과 이날 조합원 7775명을 상대로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4.7%(7364명)를 기록한 가운데 찬성률 45.1%(3322명)로 과반수를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무효표를 제외하면 51%의 조합원이 반대했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사간 임금협상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사측은 “이번 임단협 교섭 타결을 통해 공장 운영을 정상화하고, 경영 정상화 계획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에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24차례 교섭을 거친 끝에 지난달 25일 임금·단체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컸던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바꾸는 내용은 제외됐고,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을 동결하고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성과급과 특별격려금으로 총 4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이 담겼었다. 회사가 임금협상 주기 변경을 포기한 대신 노조 집행부도 기본급 동결과 올해 성과급 소폭 인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로 합의안은 물거품이 됐다. 김성갑 노조 지부장은 전날 투표 시작과 함께 성명을 내고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치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실적인 한계와 현장의 누적된 피로 등을 고려했을 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으나 부결을 막지 못했다.
반복되는 부분파업 등 극심한 갈등 끝에 나온 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올해 임단협이 내년까지 넘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GM의 경영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년간 3조원대의 누적적자를 봐온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6만대의 생산손실을 빚었고, 올해 하반기에는 노조의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 등으로 약 2만5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