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한국과 G5(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의 노사관계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기간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노동손실일수’를 살펴보니 한국 41.8일, 일본 0.2일, 독일 4.3일, 미국 6.7일, 영국 19.5일, 프랑스 40.0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손실일수는 일본의 209배, 독일의 9.7배, 미국의 6.2배, 영국의 2.1배에 달한 것이다.
한경연은 한국이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수가 많은 것이 노사관계에 대한 국제기관의 평가와 일맥상통하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노사협력 수준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국 중 130위에 그쳤다. 일본(5위), 미국(21위), 영국(24위), 독일(30위), 프랑스(92위)와는 격차가 컸다. 노동시장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WEF의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주에서도 우리나라는 97위로 미국(3위), 일본(11위), 영국(14위), 독일(18위), 프랑스(35위)에 크게 못미쳤다.
지난 10년간 평균 노조가입률은 프랑스 8.9%, 한국 10.4%, 미국 11.3%, 일본 17.7%, 독일 17.9%, 영국 25.4% 순으로 한국이 두 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노동조합 가입률의 10년간 추이를 보면 한국은 2008년 10.5%에서 2018년 11.8%로 1.3%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 한해만 1.1%포인트 증가했다. 한경연은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가 노조가입자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대비 2018년에 노조가입률이 증가한 나라는 한국 외에 프랑스(0.3%p) 뿐이다. 나머지 국가의 노조가입률은 감소했다.
한경연은 제도적 영향으로 한국의 노사협력과 노동시장 유연성의 평가가 낮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사업장내 쟁의행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측만 규제하는데다 형사처벌까지 부과하고 있어 노사균형이 맞지 않고 노측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낮은 노조가입률에도 불구하고 노동손실일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최근 노조가입률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노동손실일수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노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등 노사가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