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위원장석 뒤에서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이어 전체 회의를 열어 ‘대주주 의결권 3% 룰’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날 오후 4시에 열린 전체 회의는 30분 만에 끝났다. 야당은 공수처법 처리에 반발하며 불참했고, 민주당은 “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일부 완화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이어 전체 회의를 열어 ‘대주주 의결권 3% 룰’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기업들은 망연자실이다. 재계에선 “그동안 민주당 주도로 토론회는 왜 했느냐. 완전히 놀아났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그동안 재계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해외 경쟁사에 기업 기밀을 유출하고, 각종 소송 남발로 기업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정치권을 설득해 왔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재계 입장에 수긍해 법안 일부를 수정하거나 처리를 연기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지난 주말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문제로 지지율이 급락한 여당이 공수처법과 상법 기습 처리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 논리 때문에 기업과 경제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도살장에 끌려가기 싫어 도망 다니던 소가 도살되기 직전 자포자기하며 무기력해지듯, 지금 기업들이 딱 그런 심정”이라고 했다.

◇재계 “기업과 국민에 피해 생기면 의원들이 책임져야”

이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회장은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가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다”며 “지난 9월 국회 방문 이후 민주당 차원에서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감안하겠다 했고 간담회·토론회도 함께 했는데 공청회는 왜 한 것인지···”라고 했다. 그는 “향후 부작용이 생기면 이번에 의결하신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6단체(경총·중기중앙회·무협·중견련·상장사협·코스닥협)장도 긴급 성명을 내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은 기업 경영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소송 남발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면서 국회의 사회적 책임은 왜 생각지 않느냐”며 “무책임한 입법으로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입법한 의원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 없는 ‘기업 약화법’ 도입

재계에선 특히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에 크게 반발해 왔다. 여당은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 3%의 의결권만 인정하는 종전 안에서 한발 물러나, 개별 주주별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상법은 모든 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충격 완화라는 측면을 고려했다”며 법안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의결권을 이런 식으로 제한하는 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이 역시 투기 자본이나 해외 경쟁사의 공격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이렇게 하더라도, 국내 주요 대기업 15사 중 13곳은 여전히 투기 자본이 추천한 이사 선임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모회사 지분 0.01%만 있어도 자회사에 각종 소송을 걸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SK·LG 같은 지주사 주식 12억~17억원 정도만 갖고도 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재계에선 상법뿐 아니라 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집단소송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들을 여당이 기습 처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송원근 연세대 특임교수는 “전 세계에 없거나 아주 제한적인 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지 않게 도입하려 한다”며 “기업들이 각종 소송과 경영권 방어에 에너지를 쏟느라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제품 가격도 상승하고, 경쟁력이 약해져 결국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