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이 연일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중국발(發) 철광석 수요 증가, 코로나 백신 공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2013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는 상황까지 겹쳐 당분간 고공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은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고, 알루미늄·아연 등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9일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철광석(중국 칭다오항 수입가 기준) 가격은 t당 148.35달러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t당 80달러대 초반을 기록했는데 1년 사이에 80%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 1위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7년 9월 이후 3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의 정권 교체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던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 원자재 수요가 줄었다”며 “지금은 미국 정권 교체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공급은 생산업체의 감산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철광석 최대 공급국인 브라질과 호주는 올해 기후 이상과 재해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세계 최대 철광업체인 브라질 발레는 올해 철광석 생산량 전망을 당초 3억1000만t에서 3억~3억50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맞물리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0년대 ‘광업 수퍼 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폭등하자, 국내 철강회사들도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근 철강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열연 강판 가격을 t당 3만원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상 후 가격은 t당 75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 회사들은 현재 자동차·조선업계와도 가격 인상 협상 중이기 때문에, 철강제품을 쓰는 산업 전반에 걸쳐 도미노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