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이어 물류 계열사인 ㈜한진으로 번졌다. ㈜한진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최근 ㈜한진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한진은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장련성 기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HYK파트너스가 설립한 ‘HYK1호펀드’가 지난 8일 ㈜한진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이 담긴 내용 증명을 보냈다. HYK1호펀드는 현재 ㈜한진의 지분 9.7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한진칼 및 특수관계인으로 27.44%를 보유하고 있다.

HYK1호펀드는 주주제안에서 “㈜한진은 국내 2대 물류기업으로서 시장 인지도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재벌 계열사 오너 중심의 불투명하고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와 비효율적 재무구조, 창의성이 결여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기업 가치가 매우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주주의 적극적인 경영 감시 활동이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혁신을 위한 방안이 논의되기만 하면 위와 같은 문제점은 충분히 극복돼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진의 경영에 참여해 사업 구조 및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HYK1호펀드는 ‘전자 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임’ ‘이사의 자격 제한(징역형의 유죄판결을 받고 10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의 이사 자격 상실 등)’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또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HYK1호펀드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람(최소 1인)이 사외이사로 선임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유휴 자산 매각, 임원의 보수 및 퇴직금 규정 정비, 관계사 일감 몰아 주기 근절 등을 제안했다.

HYK1호펀드는 이달 18일까지 주주제안에 대한 검토 결과를 회신해달라고 이사회에 요구했다. 주주제안을 ㈜한진 이사회가 받아들일 경우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HYK1호펀드의 지분 보유 기간이 아직 6개월을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총에 안건을 직접 올릴 수는 없다. 이번에 제안한 내용을 ㈜한진 이사회가 받아들여 안건으로 올려야만 정기 주총에서 다룰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HYK1호펀드의 최대출자자는 섬유업체인 경방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주요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고 계열사 등을 통해 빠르게 지분을 매집해 지난 9월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후 주식 전량을 지난 10월 HYK1호펀드에 넘겼다.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와 경방이 연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KCGI의 주요투자자인 조선내화가 경방 지분 3%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김담 경방 회장과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이 미국 브라운대 동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방 측은 단순히 투자 수익 창출을 위해 ㈜한진에 투자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HYK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KCGI측과 HYK1호펀드는 전혀 관련이 없고 연대 계획도 없다”면서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안건이 다뤄지기를 바라는데 이사회에서 받아주지 않을 경우 계속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해롭게 하려는 취지가 아니고 파트너 입장에서 회사가 잘 될 수 있는 안을 권고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