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5일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를 대거 내정하는 등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그룹 경영의 중추였던 ‘부회장단'이 더욱 축소되고 정의선 회장의 측근들이 대거 사장 승진과 함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룹의 ‘맏형' 계열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자리에는 그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장을 겸직하며 ‘정의선의 남자’로 불린 장재훈(56) 부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내정됐다. 현대차그룹 측은 “장재훈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으며,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주도했다”며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고 밝혔다.
미래차 시대 전장 부품 개발 중추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는 전장BU를 책임지던 조성환(59)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내정됐다. 조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과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기계공학 전문가다.
전날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의 동반 퇴진 소식이 전해졌던 현대건설 대표이사 자리에는 주택사업본부장을 맡던 윤영준(63) 부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내정됐다.
현대위아 신임 사장으로는 현대차 구매본부장인 정재욱(61)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으며,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 사장은 30년 이상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부품개발 부문을 경험한 부품개발 전문가로, 전동화 핵심부품 등 현대위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경쟁력 제고를 추진한다.
신임 대표이사 내정과 함께 도심항공기(UAM)와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 전략 강화를 위한 임원 승진 인사도 대거 이뤄졌다.
우선 U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61)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출신의 항공 전문가인 신재원 신임 사장은 UAM 개발과 사업 가속화 및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담당했던 이규오(60)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던 김세훈(54) 전무 역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 현대차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로보틱스랩의 현동진 실장을 신규 임원에 선임하는 등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는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 신임 임원 승진자의 약 30%에 달했다.
높은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도 실시됐다. 현대기아차 CVC팀장 신성우 책임매니저, 현대차 경영분석팀장 윤구원 책임매니저, 기아차 외장디자인실장 김택균 책임연구원, 현대캐피탈 데이터 사이언스 실장 이상봉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국내법무담당 이형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여성 임원도 5명이 신규 선임됐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 김주미 책임매니저, 기아차 북미권역경영지원팀장 허현숙 책임매니저, 현대커머셜 CDF실장 박민숙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플랜트영업기획팀장 최문정 책임매니저, 현대건설 일원대우재건축 현장소장 박인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한편,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그룹 경영의 중추였던 부회장단은 4명에서 2명으로 더욱 축소됐다. 정몽구 시대 2인자였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함께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물러나며 고문으로 위촉됐다.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서보신 현대차 사장 역시 고문으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