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짓고 있는 통합 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대한 설계 변경이 정의선 회장 경영 체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건설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105층 설계안을 70층 규모 건물 2~3개로 바꾸는 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던 초고층 사옥 건립이라는 화려한 청사진이 아들 정의선 회장에 의해 바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실리(實利), 즉 비용이다. 초고층 GBC는 순수 건설비만 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에 내야 할 공공기여금 1조7491억원은 별개다. 여기에 초고층 GBC가 공군 레이더를 차폐해 공중 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논란에 따라 국방부에 새 첨단 레이더 구매 및 운영 비용도 지원해야 한다. 그 비용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입 비용만도 10조5500억원인데 다시 그 절반이 넘는 거액을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지어질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GBC’ 조감도.

층수 낮추기가 검토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통상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50층짜리 건물 2동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바람·지진을 고려한 안전 설계와 긴 건설 기간 탓이다. 층수를 낮추면 건설비도 낮추고 군에 내야 할 레이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는 공공기여금 규모만 유지되면 층수를 낮추는 설계 변경은 크게 문제 없고, 구조 안정성 측면에선 오히려 낫다는 입장이다. 반면 랜드마크 건립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한 강남구청은 “초고층을 짓기로 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초고층 GBC 건립이 부친 정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도 정 회장 입장에선 부담이다. 정 회장이 부친이 꿈꾸던 상징성과 자신이 추구하는 실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