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줄 왼쪽부터,구광모 LG대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손경식 CJ회장,구현모 KT대표, 구자열 LS그룹회장,조원태 한진그룹회장, 김남호 DB그룹회장,김준 SK이노베이션사장.

4일 기업들이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재계 총수들은 지난 1년에 대한 고민, 올 한 해 구성원과 사회에 전하고 싶은 내용을 이날 신년사에 담아 발표했다. 공통의 키워드를 뽑아보면, ‘신산업으로의 전환’ ‘사회와의 공감·공존’이라는 메시지가 추려진다. 코로나가 불러온 불확실성 속에서 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로 시무식 행사를 생략하고, 이메일·동영상 신년사로 대신했다.

◇코로나 후 신산업으로 대전환

총수들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신산업으로의 사업 전환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4일 이메일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 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며 “친환경과 미래 기술, 사업 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실행 방법으로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 완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고객을 ‘LG의 팬’으로 만들고, 더 많은 고객에게 감동을 확산하자”고 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주변 위험 요인에 위축되지 말고, 회사마다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자”고 했다.

포스코그룹도 철강 이외 새 산업 발굴·육성에 주력하기로 했다. 최정우 회장은 “수소 사업과 배터리 소재 등 차세대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덕균 사장이 새로 취임한 포스코ICT도 스마트팩토리 등을 통해 그룹 전체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코로나가 종식돼도 우리의 일상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광적인 집중’을 해서, 최상의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회장은 성공적인 대우조선·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한 사업 경쟁력 확보를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2021년 신년사를 영상으로 하고있다./신세계그룹 인사이드, KT홍보실

◇“사회와의 공존·공감”

올해 총수 신년 메시지에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많았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힘겨운 상황에서 대기업의 사회 역할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일 신년 인사말에서 코로나로 문을 닫는 무료 급식소를 언급하며 “사람이든, 기업이든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최 회장은 신년회를 취소하고, 그 비용으로 무료 급식을 지원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3년은 산업 전반의 지형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자”고 했다.

GS그룹 허태수 회장은 이날 신년사 대신 직원들에게 온라인으로 직접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자”고 했다. 코오롱그룹의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원앤온리 위원회’도 신년 목표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코오롱'을 선언했다. 위원회는 “지금의 시대 상황은 연결과 연대의 필요성을 일러준다”며 “고객, 사회 전체와 더불어 살고, 함께 나눠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