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대한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안건 통과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소액 주주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 주총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걸림돌은 모두 제거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KCGI가 제기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데 이어 이번 임시 주총에서도 아시아나 인수 안건이 통과됐다”며 “앞으로 대한항공은 통합 효과 극대화 방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주 70% 아시아나 인수 찬성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이 회사는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인데 발행 주식 수를 늘려야 유증이 가능하다. 임시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1억7532만여주 중 55.73%가 출석했고, 찬성 69.98%로 안건이 통과됐다. 정관 변경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앞서 지난 5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했다’며 정관 변경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혀 이날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다. 현재 대한항공 지분은 최대 주주인 한진칼과 특수관계인이 31.13%, 국민연금이 8.11%, 우리사주조합이 6.39%, 투자은행 스위스크레딧이 3.75%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 70%의 주주가 안건에 찬성한 것을 감안하면 소액 주주들이 대한항공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 주도로 양사 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항공사 통합 결과가 나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주 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 쌓기용으로 반대한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 순항
대한항공이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도 순항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아 아시아나항공을 실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3월 중순까지 합병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통합 계획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 국내외 경쟁 당국에 기업 결합 심사를 신청한다. 그동안 미국·유럽 대형 항공사의 수많은 합병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해외 기업 결합 심사는 순조롭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도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인정해 기업 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해 4월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을 회생 불가 기업으로 판단하고 제주항공과의 기업 결합을 승인했었다.
업계에선 델타항공·ANA(전일본공수)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수조원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통합 항공사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화물 운송 호황 덕분에 지난해 2~3분기 간신히 흑자를 기록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올해도 코로나 백신 수송과 같은 화물 사업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간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단기 자금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기 수와 고용을 유지한 상태로 코로나 시기를 버티기만 하면 통합 항공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다만 생존 자금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는 수조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해야 양사 통합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