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가 일명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관련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이익 공유는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익을 많이 본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해 피해 계층을 돕자는 취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당 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와 재정 정책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직접 단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적인 수단보다는 자발적인 이익공유제 참여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에선 포털·게임·배달 업계와 반도체·가전제품 수요 증가로 매출이 증가한 삼성·LG 등 대기업이 이익 공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무조건 이익을 나누자는 홍길동식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은 투자와 고용에 써야 한다”며 “민간 기업의 이익을 걷어서 재난지원금처럼 나눠주겠다는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코로나 이후 투자는 뭐로 하느냐”며 “국가 재정이 부족해지자 기업들 돈 걷어서 나눠주고, 생색은 정치권이 내려는 것같아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말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로 OECD 국가 중 9위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법인세율은 OECD 3위 수준이다. 정부는 2018년 이미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했다. 2019년 기업이 낸 법인세는 72조원에 달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은 이미 코로나 성금으로 수십억~수백억원씩 기부했고, 중소 협력 업체의 가맹금을 감면하거나 대출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자발적으로 이익 공유'라고 말하지만, 기업들은 사실상 강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팔 비틀기’식의 이익 공유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1월에도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추진했다. 당시 재계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는데 지난해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여당이 이익공유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세금으로 어려운 기업을 돕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기업엔 주주가 있는데 국가가 민간 기업에 이익을 공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