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이익 공유제’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재계에선 이명박 정부 때 무산된 초과이익공유제처럼 코로나 이익 공유제도 실익은 없이 사회·경제적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와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추진했지만 정·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입법에 실패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10년 전 초과이익공유제를 통해 각종 현실적·법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익 공유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입증됐다”면서 “이익을 남과 나누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 성장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 각계 반대로 무산
초과이익공유제는 2011년 2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처음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임기 하반기 국정 운영 기조로 ‘공정 사회’를 내세우면서 2010년 12월 민간 합의 기구인 동반성장위를 만들었다. 동반성장위는 “대·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중소 협력업체의 희생 때문”이라면서 “대기업이 이익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것이 확인될 때 초과 이익 일정 부분을 협력업체에 나눠 주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여당부터 반대하고 나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011년 2월 국회에서 “이익 공유제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위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도 2011년 3월 당 최고위원회에서 “초과 이익을 협력사에 나눠 줘야 한다면 대기업은 최대한 달성 불가능한 이익 기준을 세워 초과 이익이 아예 안 생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반발도 거셌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1년 3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면서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 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동반위는 2011년 12월 실무위원회에 초과이익공유제를 안건으로 올려 강행 처리하려고 했지만 대기업 측 실무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도입이 무산됐다. 일각에선 “초과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위의 40여 일자리만 만들고 사라졌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로 본 이익' 파악 불가능
재계에선 코로나 이익 공유제도 초과이익공유제처럼 실현 불가능한 제도라고 지적한다. 코로나 이익 공유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익을 본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피해 계층을 돕자는 취지인데, 코로나에 따른 이익이 얼마인지를 따지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17일 “기업의 손익은 경기, 제품의 경쟁력, 마케팅, 시장 흐름, 업황, 환율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며 “코로나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도 있다.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을 다른 기업이나 소상공인과 나누는 것은 주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이사진은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결국 물러섰지만, 현 정부는 174석에 이르는 의석만 믿고 정치적 의도로 강행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익 공유제 논란이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이에 때아닌 반목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각종 규제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이익을 세금처럼 걷겠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