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원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전에 대한 찬성 여론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민의 인식은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원전산업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7%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14.6%) 보다 4배 넘게 많았다. 이 조사는 한수원이 매년 여론조사 전문 기관에 맡겨 실시하는 것으로 지난해에는 11월 엠브레인이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59세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56.5%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8.5%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40.3%)이 ‘안전하지 않다’(24.1%)보다 크게 앞섰다.
한국원자력학회가 2018~2019년 3차례에 걸쳐 진행한 원전 인식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10명 중 7명)가 원전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당시 정부는 “원전 관련 학회에 의한 조사여서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의 총대를 메고 있는 한수원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면서 미세 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원전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2017년에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은 25%인 반면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38.1%였다. 하지만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40.3%까지 올랐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매년 줄어 작년에는 24.1%로 떨어졌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과학적 논쟁과 검증을 거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여론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에서 방사능 피폭 사망자는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여권은 월성 원전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이 기준을 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원전 밖으로 유출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원전 비중을 묻는 질문에 대해 ‘축소해야 한다'(42.4%)는 응답이 ‘늘려야 한다'(32%)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7년 ‘축소’(49.7%)가 ‘확대’(22.1%)보다 2배 넘게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졌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릴수록 환경 파괴와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탈원전의 실체’를 국민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