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청소근로자들이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장기 농성에 들어가자 재계에는 “LG만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개입해 ‘재벌 대 노동자’의 구도를 만든 뒤 사회적 이슈로 키울 경우 다른 대기업 청소근로자들도 잇따라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직장을 점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노조법 개정안 통과로 7월부터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직원이 아닌 노조 관계자의 사업장 출입이 가능해졌다”면서 “개정된 노조법으로 더욱 힘이 세진 민주노총이 청소근로자들과 연계해 각 기업을 겨냥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트윈타워 중앙 로비에서 지난달 16일부터 농성 중인 청소근로자들은 사측에 단지 ‘만 70세까지 정년 연장’만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들은 ‘결원이 생겼을 경우 노조가 추천한 사람 채용’ ‘노조 활동을 해롭게 할 수 있는 자의 채용 거부’ ‘노사 동수로 징계위 구성’과 같은 단체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고유 권한인 인사권까지 공동 행사하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에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LG를 압박할 수 있는 각종 전략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청소근로자들과 연대 집회를 하겠다며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6차례 퇴근 시간에 맞춰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LG 직원들은 이 때문에 1시간가량 퇴근을 못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LG는 지난 20일 민주노총의 중앙 로비 진입을 허용하고 직원들을 동서쪽 출입문으로 퇴근시켰습니다. 일부 부서는 조기 퇴근까지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LG 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활용해 로비 진입이라는 뜻을 이룬 것입니다.
본사 사옥에 회사 직원도 아닌 노조원들이 내 집처럼 들어와 집회해도, 청소근로자들이 숙식해도 법적으로 기업이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노사 관계의 현주소입니다. 이를 잘 아는 민주노총이 LG에 이어 다른 기업으로 전선을 넓힐 수 있기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