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KCC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부터 시작한 현대가(家) ‘창업 1세대’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6남1녀의 맏이였던 정주영 명예회장이 2001년 타계하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2005년),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2005년),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2006년), 정희영 여사(2015년)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한국전쟁 때인 1953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가족이 부산 범일동에서 찍은 사진. (왼쪽 아래 그림 속 번호 참조)20번이 정주영 명예회장이고, 19번이 30일 별세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다. 3. 모친 한성실 여사 4.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5.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 7.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8.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9.정주영 명예회장 부인 변중석 여사 10.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14.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15.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 17.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18.정신영 동아일보 기자 21.정몽필 인천제철 사장. /현대중공업

◇永자 돌림 ‘현대가 1세대’ 역사 속으로

현대가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맨손에서 출발해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주도하며 한때 국내 재계 서열 1위까지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등을 세우며 승승장구했고, 1998년 직접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해 방북하는 등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에도 주력했다. 정 명예회장 별세 1년 전인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지며 현대그룹은 형제와 아들들에 의해 나뉘었다.

정 명예회장 바로 아래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1953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형과 함께 현대를 일궜으나, 1977년 한라의 전신인 현대양행으로 독립했다. 3남인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은 1969년 현대건설에서 독립한 현대시멘트를 이끌었다.

‘포니정’으로 불린 4남 정세영 명예회장은 1957년 현대건설로 입사한 뒤 1967년 초대 현대차 사장에 취임해 32년간 자동차 외길 인생을 걸으며 자동차 수출 신화를 이뤄냈다. 그는 1999년 조카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아들인 정몽규 HDC 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중 마지막으로 별세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1958년 8월 금강스레트공업이라는 이름으로 KCC를 창업했다. 2003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조카며느리 현정은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였지만 결국 패했다.

5남 정신영씨는 30대 초반인 1962년 독일에서 교통사고로 별세했고, 유일한 여동생이자 고(故)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2010년 별세)의 부인인 정희영 여사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2001년 세상을 떠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조선일보DB

◇2세대 거쳐 宣자 돌림 3세대 경영 활발

범현대가는 2000년대 초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며 ‘몽(夢)’자를 쓰는 2세대로 넘어간 데 이어 현재는 ‘선(宣)’자를 쓰는 3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00년 동생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벌인 ‘왕자의 난’ 끝에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 갈라섰다. 현대차그룹을 재계 2위로 일으켰으며, 작년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2006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가 3세 중 가장 먼저 회장 직함을 달았다. 4남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은 1990년 작고했고, 아들로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 사장 등이 있다.

고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차장,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도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7선 국회의원 출신인 6남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도 현재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 중이다.

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과 8남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은 아직 일선에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들이 경영한 그룹들도 아직 2세가 경영을 맡고 있다. 한라그룹은 1997년 말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원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만에 그룹이 해체됐다. 정몽원 회장은 2008년 현대차그룹의 도움으로 만도를 다시 사들이며 그룹 재건에 성공했다.

‘포니정’의 장남 정몽규 HDC 회장은 범현대가 2세대 중 가장 왕성하게 대외 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장 3선에 성공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경우 이미 KCC는 큰아들인 정몽진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인 정몽익 회장, KCC건설은 셋째인 정몽열 회장이 나눠 맡으며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성우그룹은 정순영 명예회장이 1997년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며 몽선(현대시멘트 회장) 등 4명의 아들이 계열사 경영권을 승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