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와 비슷한 사내 익명 게시판을 도입, 다수 임직원이 공감한 글에는 경영진이 직접 답변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20~30대)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초 회사 사내 게시판에 ‘오감톡’이라는 익명 코너가 신설됐다. 임직원이 경영진의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1개월 이내에 5000명 이상으로부터 ‘공감’ 클릭을 얻으면, 회사 또는 담당 임원 명의로 그 글에 직접 답변해준다는 콘셉트의 코너였다. ’20만명 이상 동의하면 정책 담당자가 직접 답변'하는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와 같은 구조다.

오감톡에는 개설 한 달간 20건 이상의 글이 올라왔고, 지난 24일에는 실제 임원이 답변하는 사례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글은 사내 보안과 관련한 불편 사항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였다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게시판은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요구 사항도 분명한 MZ세대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듣고 소통하려는 취지”라며 “공감 5000개를 얻지 못하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직원 규모만 10만9000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는 질의 내용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게시판을 통한 소통 강화 시도는 최근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있었다. 삼성전기는 작년 사내 전산망에 그동안 없었던 익명 게시판을 신설했다. 경계현 사장이 “익명성을 담보해야 좀 더 직원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