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화학회사인 AGIC로부터 6억5000만달러(약 735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계약을 수주했다. AGIC는 올해 중 석유화학 관련 플랜트를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앞으로 나올 플랜트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며 “사우디뿐 아니라 인근 중동 국가에서도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올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800억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이 사우디 쇼아이바 지역에 완공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두산중공업

작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중동발 중공업·플랜트 수주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자금력이 풍부해진 중동 국가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 수주를 확정한 플랜트(산업설비) 사업 규모가 이미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중동에서 수주한 플랜트 사업 규모 36억달러(약 4조원)에 육박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1년간 수주액 88억달러(약 9조8000억원)도 쉽게 넘어설 전망이다.

◇인프라·친환경플랜트 중심 발주

두산중공업은 올해 초 사우디에서 7800억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이 중동에서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수주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설비로, 중동에서 대표적 인프라 투자로 꼽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2010년대 중반만 해도 한 해에 2~3개씩 해수 담수화 플랜트가 발주됐지만, 지난 몇 년간은 거의 없었다”며 “중동에서 인프라 투자가 재개되는 신호”라고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도 중동발 발주에 호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석유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늘면서, 중동에서도 관련 설비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이 발주한 LNG 기지 건설공사를 따냈다. 수주액만 16억7000만달러(약 1조8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상향 조정되는 중동 건설시장 규모 전망

국내에선 끊긴 원전 발주도 있다. 이집트는 원전 4기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3월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등과 함께 원전 시설물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중동에선 이런 대규모 친환경 설비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사우디는 133억달러를 탈석유화 산업 구축을 위해 투입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탈석유화와 태양에너지 프로젝트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4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런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중동에서 사업 경험이 많은 국내 건설·중공업에 큰 기회”라고 말했다.

플랜트뿐 아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공사도 국내 중공업계엔 호재다. 카타르 정부는 2022년 월드컵 추진을 위한 1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공사를 위해 발주한 굴삭기 102대를 싹쓸이했다.

◇유가 상승에 향후 전망도 밝아

중동에서 대규모 발주가 이어지는 것은 유가 상승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산유국 입장에선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1년 전 배럴당 25달러 선이던 국제유가는 현재 6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관들도 중동 건설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잇따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은 올해 중동 건설시장 규모가 527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내놨던 4721억달러의 전망치를 한 분기 만에 11.7% 상향 조정한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대규모 발주가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