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사실상 완공한 신한울 1호기에 대해 비행기 추락 시 안전성 등을 이유로 6개월 넘게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한울 1호기는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해도 폭발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그 정도로 안전성 검사 기준을 이미 충족했다는 것이다. 원안위의 일부 친정부 위원들이 원전 운영을 막기 위해 엉뚱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원안위 일부 위원은 신한울 1호기가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비돼 있느냐고 문제 삼았다. 1000만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을 거론한 것이다. 또 고의로 항공기를 원전에 충돌시키는 테러에 대비돼 있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신한울 1호기는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해도 터지지 않는 안전성을 확보했다. 다만 9·11 테러처럼 대형 항공기를 고의적으로 원전에 들이받는 공격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울 1호기가 설계될 때는 항공기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준이 없었다. 반면 신고리 5·6호기는 항공기나 미사일 테러에 대비한 안전성까지 적용해서 설계됐다.
또 일부 위원은 북한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에 대비돼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한수원이 아니라 국방부에 물어볼 사안이다.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이 바로 군의 방공망과 킬체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요격 시스템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이유로 원전 가동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여권 인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논리를 펴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북한 미사일이 우리 원전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내세우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에서 이런 군사적 공격이나 비행기 테러까지 완벽하게 방어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하는 원전은 없다. 이런 기준이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원전이 가동 중단돼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경제성이 뛰어난 원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받았다. 프랑스나 일본도 받지 못한 유일한 인증이다. 더구나 APR 1400은 유럽 표준 설계도 인증받았다. 지금까지 40년간 운영하면서 한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 원전 1기 건설 비용도 5조~6조원 대로 프랑스(10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원안위 일부 위원과 여권이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이처럼 깎아 내리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 문 대통령은 2016년 12월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를 보고 나서 “머리맡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나를 두고 사는 것과 같다”면서 “판도라(원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게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지워야 한다”고 했다. 공상과학 수준의 영화 한편을 보고 마치 우리 원전이 핵폭탄이나 되는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위험한 핵폭탄은 북한이 수십기 이상 보유한 핵무기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하다는 인증을 받은 우리 원전은 핵폭탄에 비유하면서 가장 위험한 핵무기를 우리에게 겨누고 있는 북한에 대해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는 허위 사실까지 언급해 일본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최근 문 대통령과 만나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인 SMR을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SMR로 세계 원전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오히려 송 대표를 비난했다.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에너지 기술이 될 것이라고 보고 SMR을 개발 중인 미국과 대비되는 것이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규모가 적고 안전성이 높으며 설치도 쉽다.
미국은 노후 원전을 최대 80년까지 연장해 가동하고 있고, 일본도 최근 40년된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40년만 되면 모두 가동을 정지시키고 있다. 다른 나라는 60~80세에 은퇴하는데 우리만 40세에 조기 은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추세면 앞으로 몇 년 안에 4~5기가 추가 운영 중단된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되돌리지 못하게 대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을 하면서 동시에 탄소제로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값싸게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줄이고 생산비가 많이 드는 LNG발전과 태양광, 풍력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LNG와 신재생은 발전 원가가 원전의 각각 3배와 4배에 이른다. 전기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기료가 안 오른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다 발전 단가가 오르자 한전에 부담을 모두 넘기고 있다. 다만 전기료 인상은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미뤘고, 내년 대선까지도 미룰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그 피해는 한전이 뒤집어 쓰게 되고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AI·5G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 전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원전 없이 LNG와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도저히 전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더구나 LNG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 태양광도 패널 제조와 벌채 등으로 탄소를 발생시킨다. 반면 원전은 탄소나 미세먼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탄소제로를 하겠다는 나라가 원전을 없애는 코미디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