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③에서 계속
아무리 새로운 신기술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이경미 교수와의 푸드테라피 대화는 그의 운영 전략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안정적인 클리닉 운영
—푸드테라피 치료법이 신기하기는 하지만, 계속 이어지려면 경영적인 측면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새로운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확대되려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클리닉이 잘 운영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해야 여러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지고 또 이러한 접근법을 시도하는 의사들이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행히 운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애리조나대 통합의학센터의 스승인 앤드류 와일 교수님이 10년 이상 다양한 나라의 의사 제자들을 키웠는데, 모두 클리닉의 운영 모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제자 의사들 가운데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은 내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교수님이나 동기들이 매우 부러워한다.”
—현재 경영 상황은 어떠한가?
“2017년 3월부터 내가 진료를 시작했는데 한 해 동안 505명의 외국인 환자가 찾았다. 이어 2018년 577명, 2019년 616명이 찾아왔다. 2020년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외국인 환자수가 매년 7~14%씩 증가하고, 국내외 전체 환자수도 매년 10% 이상씩 꾸준히 늘어났다.
수익도 2018년에는 전년보다 12%, 2019년에는 28%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에는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전년보다 38% 줄면서 좀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경영 상황은 안정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다시 예전의 증가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본다. 푸드테라피클리닉은 병원 내에서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환자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외국인 환자들은 러시아, 중국, 미국, 중앙 아시아 등에서 오는데, 전체 환자에서의 구성 비율은 16% 정도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익 측면에서 보면 외국인 환자의 비중이 2017년 45%에서 2018년 48%, 2019년 54%로 급격한 증가 양상을 보인다. 연간 증가율이 21~42%로 전체 수익 증가율의 곱절에 달한다. 외국인 환자들의 1회 방문당 의료비 지출이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까닭이다.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에 오면 대사 검사, 유전체 검사, 식품면역반응 검사 등 종합적인 검사와 다양한 푸드테라피 프로그램들을 모두 경험하고 싶어한다.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려는 욕구가 크고 실질적으로 본인의 건강에 대해 투자를 많이 한다. 그리고 한국 의료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코로나 사태가 극복되고 나면 환자들이 다시 늘어날까?
“그럴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지금처럼 커진 적이 없는 것 같다. 증상이나 질병이 없더라도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또한 한국 의료의 우수성에 대해 세계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푸드테라피클리닉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방향으로 꾸준히 준비하며 운영해온 만큼 클리닉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클리닉 전담 인력은 단 4명 뿐
—모두 몇 명이 클리닉을 운영하나?
“나와 영양사 2명, 간호사 1명이 전부이다. 운동치료사를 포함해 다른 인력과 시설은 차움 전체의 다른 클리닉과 공유한다”
—조직이 상당히 작아서 흑자 경영을 하기 쉬울 듯 하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시설이 커지고 인력이 늘어나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배운 경영기법 대로 인력의 효율성을 최대화했다. 의료도 일종의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데, 업무를 프로토콜화해서 표준화함으로써 질적으로 균등한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를 위해 팀원들과 세미나도 하고 진료 중에라도 환자와 업무에 대해 바로 바로 피드백을 주어 팀의 모든 사람이 환자에 대해 이해하고 동일한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팀 접근법(team approach)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가 함께 환자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팀안에서 교육을 강화하고 클리닉의 방향을 공유하면서 유기적인 팀으로 함께 움직이도록 소통을 강화했다.”
—팀 접근법의 효과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인력 규모가 줄었지만 오히려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균등해져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더 커지고 팀원들이 질적으로 성장했다. 영양사는 간호사에게 배우고 간호사는 영양사에게 배우며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클리닉의 업무만이 아니라 다른 클리닉과의 협업을 활발히 해서 인력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고정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였다. 규모는 줄었지만 수익성은 더 높아졌다.”
이 교수는 글로벌 제약회사에 근무할 때 2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첫째, 관리와 IT 같은 공통 업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본부 내에 전담조직을 두고 통합관리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둘째, 외국 회사의 고위직은 관리 업무 뿐 아니라 직접 실무도 한다. 이처럼 직위가 높아져도 직접 실무를 담당해 업무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이 2가지 운영 원리를 푸드테라피클리닉에도 적용하고 있다.
—병원 홍보는 어떻게 하나?
“별도의 특별한 홍보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환자들이 어떻게 찾아오나?
“일단 한번 온 사람은 남편과 아내와 자녀를, 혹은 지인을 데리고 온다.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 그룹 단위의 환자가 많다. 내가 쓴 책과 칼럼을 읽거나 방송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오는 분들도 있다. 좀 느리더라도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홍보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환자들이 오면 통역은 누가 하나?
“영어는 내가 직접 한다. 러시아어와 중국어는 병원에 전문 통역사가 있다.”
이 교수 책상에는 같은 내용의 클리닉 홍보 브로슈어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4개 판본으로 인쇄되어 놓여져 있었다.
20~40분간 심층 진료
—외국인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한국에 장기체류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환자들마다 상황이 다르다. 외국 출장을 가는 길에 한국을 경유하면서 잠깐 들렀다 가는 러시아 비즈니스맨도 있고, 1~2주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음식, 한류 문화 체험과 함께 클리닉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오는 러시아 가족이 있는데 다양한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다.
아예 한국에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나를 주치의로 생각해 한 달에 1번씩 오는 러시아와 중국 환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집에 돌아갈 때는 다음 방문 전 한 달, 또는 두 달동안 현지에서 어떻게 먹고 생활하고 어떤 영양제가 도움이 되는지, 빼곡히 개인별 맞춤 처방 리포트를 정리해서 준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줌 등을 통해 외국인 환자들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점검해주고 있다.”
—개별 환자당 진료 시간은?
“초진 때에는 40분에서 한 시간까지도 진료 시간을 배정한다. 재진 이후에는 대략 20분 정도 진료한다. ‘3분 진료’라고 불리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지만, 고집스럽게 이 세팅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클리닉의 유지와 성장이라는 기초가 다져져야 이렇게 진료하는 것이 가능하다. 외국인 환자 진료를 통해 만든 클리닉의 안정적인 운영으로 국내 환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클리닉을 키우기 위해서는 외부 업체나 기관과 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한 가능성이 있나?
“이전부터 제안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HMR(가정식 대체식품)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협업 제안이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 성분과 조성에 대한 컨설팅 제안도 있는데, 다양한 방향의 협업이 가능하고 앞으로 그 부분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2017년에 처음 만들어 올해 수정판을 낸 스마트폰의 ‘BMBL’ 앱도 앞으로 새로운 확장 기회를 많이 만들 것 같다.”
두바이-하와이 등 진출 채비
—푸드테라피클리닉이 해외로 뻗어나갈 가능성은?
“얼마 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중동 두바이 시장 홍보를 위해 촬영해 갔다. 한국에 피부 성형 병원은 많이 있지만 푸드테라피 개념은 없으니 한국 의료산업을 홍보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또 차병원 그룹 차원에서 카타르 휴양 병원에서 차움 모델을 이식하기 원해 컨설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에도 마우이 차움이 만들어질 예정인데 차움 모델과 함께 푸드테라피클리닉의 컨셉도 해외로 전달되리라 본다.”
—미국 등 해외에서 이러한 치료법이 각광받고 있는 사례는?
“음식이나 영양제, 허브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에 전통적으로 늘 존재해왔다. 미국에는 N.D.(Naturopathic Doctor)라고 해서 이러한 분야만을 M.D.(Medical Doctor)와는 다른 체계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도 Kitchen Medicine이라고 해서 음식의 중요성 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하는 등 현대의학 분야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푸드테라피 개념을 중심으로 클리닉이 특화되어 현대의학적인 방법론과 개인별 분석을 통해 좀 더 과학적인 개인별 맞춤 솔루션을 제시하며 운영되고 성장하고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 번 오면 지속적으로 오는 것 같다.”
고달픈 개척자의 길
시계가 벌써 5시 4분을 지나고 있다. 3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이 교수는 각종 PT 자료와 사진, 통계를 제시하며 푸드테라피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내놓은 자료가 하도 많아 누가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한국에 관련 자료가 없어서 내가 하나 하나 직접 다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앱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코딩까지 배웠다고 한다. 개척자들이 걸어가야 하는 고달픈 작업은 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푸드테라피클리닉의 특징을 요약하면?
“4P이다. Personalized(개인 맞춤형 검사와 처방), Predictive(유전체 검사를 해서 어떤 질환이 발생할지 예측), Preventive(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한 질병 예방), Participatory(식단, 레시피, 음식 체험 등 여러가지 참여 활동을 통해 습관의 변화가 고역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병원 시설과 분위기가 우리 차움처럼 환자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 맞춤형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푸드테라피 실천법은 없나?
“항염증 식사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다.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만성염증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항염증 식사를 실천하면 다양한 상황, 증상, 질병의 차이와 상관없이 염증을 줄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드테라피 치료 피라미드상 맨 아래 단계가 항염증 식사이다. 그래서 방송이나, 책, 칼럼 등을 통해 이에 대해 많이 알리고 있다. 그 위에 개개인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 개개인에게 맞는 영양제 선택 등 다른 치료법이 추가된다.”
—푸드테라피클리닉의 전망과 향후 전략은?
“환자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기 전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병을 예방하는데 관심을 갖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더 건강해지기 위해 비용을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훨씬 자신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많이 투자하는 것 같다.
우리 클리닉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은 것은 이런 외국인 환자들과 주치의와 환자로서의 관계를 구축해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방문을 하는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클리닉의 안정적인 유지와 성장이 가능하게 돼 한국 의료시스템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충분한 진료 시간과 좀 더 맞춤형의 세밀한 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한국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 입소문이 나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 고객수가 줄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어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증상이나 질병이 없더라도 건강과 면역력을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덕에 푸드테라피클리닉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서 이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들과 자가격리 기간을 감수하고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건강검진 넘어 질병 예방 나서야
—한국 의료시스템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지출되는 의료 비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의 사후 치료 중심 시스템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점점 커진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개인에게도 긍정적인 방향이다.
사회적 지원과 관련해 덧붙이자면 우리 나라처럼 국가와 회사가 다양한 지원을 통해 건강검진을 많이 하는 곳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예방 프로그램에도 많은 지원을 한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회사에서 직원 식당 개선,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질병의 조기 진단을 넘어 예방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것이 업무 성과나 생산성으로도 연결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