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과 국내 아산 공장을 또 멈춰 세운다. 반도체 수급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앨라배마 공장을 오는 18일까지 일시 가동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간 완성차 조립 라인은 멈추지만,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 보내는 엔진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한다.

기아 조지아 공장도 같은 기간 3교대 생산 체제를 2교대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투싼·쏘렌토 등 SUV 인기에 힘입어 미국 판매량이 매달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반도체 공급난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아산 공장은 16일 하루 휴업한다. 이번 휴업으로 쏘나타·그랜저 총 11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품귀로 아산 공장이 멈추는 건 올해 들어서 4번째다. 앞서 4~5월 세 차례에 걸쳐 7일간 휴업했다. 아산 공장은 이밖 에도 전기차 아이오닉6의 생산 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올 하반기 6주간 휴업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아산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지속해 온 반도체 품귀 현상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카마로, 캐딜락 CT4 등을 생산하는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지난 2월 초부터 멈춰 둔 상태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역시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반도체 부품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며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3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반도체 수급 상황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 회복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에 물량이 풀릴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반도체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업체들 주문까지 몰려 있어 하반기에도 몇몇 자동차 업체 공장 가동 중단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반도체 품귀로 인해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 대수가 당초 계획보다 400만~600만대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