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전문 제조 기업 코스맥스는 최근 단국대 바이오 의료공학 핵심연구지원센터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연구센터’를 열었다. 센터를 통해 실험 참가자 1000명을 모집해 피부 유전자 분석을 마쳤고, 이를 연령·성별·지역으로 나눠 데이터를 분석하는 AI(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1000명의 피부에서 채취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물군계(biome)를 합친 말로, 사람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그간 관련 연구가 장내 미생물에 치중돼 관련 유산균 등 건강 식품 개발에 주로 사용돼 왔다면, 최근엔 화장품 업계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피부 항(抗)노화에 도움에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다퉈 연구소를 신설하고 있다. 피부 미생물 연구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화장품 개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시장은 매년 7.6%씩 성장, 2023년엔 1087억달러(약 123조)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바이오틱스 유래 성분을 담았다는 라네즈의 '워터슬리핑마스크'. /라네즈 제공
2011년부터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시작한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의 제품. /코스맥스 제공

◇미생물 수조억 마리 화장품이 뭐길래

코스맥스와 함께 화장품 전문 제조 기업 ‘빅2′로 꼽히는 한국콜마는 작년 8월 서울 내곡동에 있는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마이크로바이옴연구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새로운 물질을 발굴하는 융합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 회사인 ‘MD헬스케어’와 신약 후보 물질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코스맥스는 일찌감치 마이크로 바이옴 연구에 뛰어들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항노화 화장품 소재 ‘스트레인-코스맥스’를 개발했다. 올해 2월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함께 피부에 살고 있는 상재균이 피부 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실었다. 피부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중소기업 ‘HEM Pharma’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녹차 유산균을 활용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바이옴 이름만 붙어도 팔린다… 중국서도 불티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화장품 업계에선 ‘바이옴’이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메라에서 ‘그린티 바이옴 스칼프’ 샴푸·모이스처라이즈를 출시했고, 닥터자르트는 233억마리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성분을 함유했다는 ‘바이옴 에센스’를 내놨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 로레알도 지난 15년간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압축한 에센스 ‘제니피크'를 내놨다고 알리고 있다.

중국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키워드가 들어간 스킨케어 제품은 더 잘 팔리는 추세다. 시장 조사 기관 민텔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출시된 관련 제품은 지난 2년 동안 57.4% 증가했다. 관련 성분이 들어간 제품도 50.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라도 어떤 균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기능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맥스 소재랩 강승현 상무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소재라도 종류에 따라 기능이 다른 만큼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microbe)과 생물군계(biome)의 합성어로 사람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유전 정보를 일컫는다. 장내와 피부, 기관지 등 우리 몸 구석구석에 분포한다. 일반적인 성인 한 명(70㎏)이 마이크로바이옴 약 38조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