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 비상 경보 발령은 지난 2013년 8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정부 예상대로 올해 예비 전력이 4GW까지 떨어지면 2011년 9월 대정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당시 정부는 예비 전력이 3.43GW까지 떨어지자 일부 지역을 강제 단전(斷電)했다. 이 때문에 서울을 비롯해 전국 212만가구가 한꺼번에 전기가 나갔다. 유례없는 폭염이 예고된 올여름 예비 전력이 4GW까지 떨어지면 2011년 당시 예비 전략과 차이는 0.57GW밖에 안 된다.
◇시운전 중인 석탄발전기까지 가동
정부는 빠듯한 전력 공급을 메우기 위해 시운전 중인 석탄발전기인 고성하이 2호기와 LNG 발전기인 부산복합 4호기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이미 영구 정지한 석탄발전기인 삼천포 화력 1·2호기와 보령 화력 1·2호기를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가 소요 시간 등 현실적 제약 때문에 포기했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방전 시간을 전력 수요 집중 시간대로 조정하고, 여름휴가 분산 등을 기업에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7000억원을 들여 보수해 2022년 11월까지 가동하기로 했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포함해 정비를 이유로 멈춰 세운 원전이 너무 많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원전은 24기 중 16기가 가동 중이고, 8기가 정비 중이다. 신고리 4호기는 화재로 고장 정비 중이고, 나머지 7기는 계획 예방 정비 중이다. 그러나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부터 4년 넘게, 한빛 5호기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정비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탈(脫)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력 수요를 낮춰 잡은 탓에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신한울 1호기 경제적 피해 매달 450억원
한편 지난해 4월 국내 25번째 원전으로 준공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의 경제적 피해가 매달 4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민의힘 탈원전대책특위 박대출 위원장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가 계획대로 정상 가동됐을 때 예상되는 연간 발전량은 899만8535MWh(메가와트시), 발전 수익은 연간 5400억원에 달한다.
당초 한수원 계획대로라면 신한울 1호기는 운영 허가를 받아 이달 가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원안위는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달 운영 허가를 받아도 연료 장전과 시운전 등을 거쳐 내년 3월에야 본격 가동할 수 있다. 허가가 더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대출 의원은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지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등 정부의 탈원전 피해 규모는 추산이 불가할 정도”라며 “이로 인해 전력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