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은 코로나 이후 전 그룹 차원에서 인공지능(AI) 면접을 도입했다. 2018년 몇몇 계열사가 도입해 효과를 보면서 이를 확대한 것이다. 먼저 회사 임직원 중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이들의 성격과 성향을 AI 검사를 거쳐 직군별로 분석·측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AI가 화상으로 이뤄지는 1차 면접에서 직군별 입사지원자의 성향을 대조·평가하고, 최종 면접은 면접관이 직접 대면으로 보며 판단한다. LS그룹 관계자는 “해당 직군에 잘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AI 분석을 도입했는데 최종 면접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 AI 면접에서도 ‘우수’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며 “정확도가 높다는 반응들이 나왔다”고 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면접이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이 ‘AI 면접’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AI 분석툴을 도입해 면접에 활용하는 곳은 LG전자, LS그룹, KB금융, 현대백화점, 한화생명, 아모레퍼시픽, 신한은행, 한샘, 한미약품 같은 기업과 공공기관을 포함해 약 6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기관들은 대개 지원자들이 많은 1차 면접 단계에서 AI 면접 툴을 활용하고 있다. 면접뿐 아니라 인·적성 검사를 따로 치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 역량 검사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소개서 표절 유무를 가려내기 위해 쓰는 곳도 있다.
◇면접관도 놓치는 디테일, AI가 본다… 공정 따지는 MZ 세대 위해 도입도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AI 면접 프로그램은 크게 역량 검사·분석과 자기소개서 분석으로 나뉜다. 화상 면접으로 진행되는 역량 검사는 통상 기본 질문과 인·적성 검사를 대체하는 형태의 역량게임, 상황질문, 최종질문으로 이뤄진다. 1시간에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LS그룹·신한은행이 사용하는 AI 역량검사 프로그램은 화상을 통해 지원자의 표정과 몸짓, 목소리와 억양을 분석한다. 답변 내용의 키워드도 함께 분석해 ‘공감성’ ‘성찰성’ ‘관계대응력’ 같은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보통’ ‘우수’ 등 전체 점수도 제시한다. 지원자가 답변하는 영상을 분석해 태도·화법을 분석하는 AI 프로그램,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인터넷에 떠도는 샘플들을 얼마나 베꼈는지 가려내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면접관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감상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AI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요즘 MZ 세대는 워낙 공정한 과정을 중시해서 AI 평가 지표를 도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객관적인 분석 점수를 기반으로 면접자를 걸러냄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줄인다는 것이다.
◇AI 지표 100% 믿을 수 있나‥. 논란도 여전
AI 면접이 보편화되면서 AI가 선호하는 태도와 답변을 익히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신촌의 한 면접코칭학원에선 취업준비생들이 1회당 10만원짜리 AI 면접 관련 수업을 수강 중이었다. 코칭 강사는 칠판에 붙인 사람 얼굴 사진을 가리키며 “입꼬리를 조심하라”고 했다. “입꼬리를 습관적으로 한쪽으로만 올리면 AI가 ‘경멸’로 인식할 수 있거든요. 얼굴을 찡그려도 ‘짜증’으로 인식할 수 있어요.” AI 면접을 위해 카메라 같은 장비를 대여해주는 스터디 카페나 AI 면접에 대비하는 각종 팁을 알려주는 유튜브 강의 동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AI 면접이 아직 100% 신뢰받는 건 아니다. 미국 아마존은 AI 채용 시스템으로 이력서를 검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가 2018년 폐지했다. 일부 직군 여성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도 2019년 AI 면접을 도입했다가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