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식당 입구에 5인 이상 입장 제한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방역 당국의 오락가락 거리 두기 정책은 정부의 일방적인 손실 보상 대책과 맞물려, 자영업자들의 분노와 반발을 키우고 있다. /장련성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재인(45)씨는 지난 1일 국회에서 통과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손실보상법에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소급 적용 조항이 빠진 것이다. 손실보상법은 올해 7월 1일 이후 손실만 보상한다. 이씨의 노래방은 2019년 매출이 1억8000만원 선이었지만, 2020년 매출은 8000만원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상반기 손실은 보상받을 길이 없어진 것이다. 정부 지원은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재난지원금 400만원이 사실상 전부다. 이씨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희생한 대가가 이것뿐이라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법과 정부가 내놓은 재난지원금에 대해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소급적용이 봉쇄돼 과거 손실을 보상받을 길이 막힌 데다, 재난지원금 산정 시점을 코로나 발병 이후인 2020년으로 하면서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정부 지원, 못 받아들여”

국회는 지난 1일 여당 주도로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코로나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해 주는 손실보상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야당은 이전에 발생한 자영업자 손실도 보상해야 한다며 소급 적용을 주장했지만, 여당과 정부는 재정 상태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법이 공포된 1일 발생한 손실부터 보상 대상이 된다.

자영업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일 입법안과 추경안이 발표되자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작년 3월 이후 5개월 가까이 문을 닫았는데, 이 손실을 누가 보상해 주나” “정부는 K방역 자랑만 하고, 희생은 자영업자만 하느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김기홍 회장은 “민주당이 그간 소급 적용 조항 반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복구하기에는 못 미친다”는 논평을 냈다.

◇재난지원금 산정 기준도 불합리

정부가 일회성으로 주는 재난지원금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재난지원금은 2020년 8월 이후 1회라도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거나 경영 위기 업종에 해당하는 업종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지원 액수는 2020년 매출액에 비례해 지급된다. 지난해 매출액이 4억원 이상이면서 장기간의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업주는 상한인 900만원을 받게 된다. 매출액이 8000만원 미만이면서 단기간의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업주는 200만원을 받는다.

자영업자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2019년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조치로 큰 타격을 입은 2020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설정하면 재난지원금 액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은 “서울시 기준으로 지난해에만 5개월 가까이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매출액 4억원이 나오는 가게가 있겠냐”고 했다.

작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서 코로나로 매출 타격이 큰 가게가 지원은 적게 받는 상황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작년 대학들이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같은 업종이라도 대학가 가게들의 타격은 훨씬 심각했다”며 “그런데도 작년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보상도 적게 받게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