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6개월간 정부는 ‘기다리라'는 말만 했고, K-방역의 피해자는 늘 자영업자였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와 눈물로 버티는데, 언제까지 자영업자들 문을 닫고 코로나를 막겠다고 할 겁니까.”
14일 오후 1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의 한 시위용 트럭 위에 올라선 김기홍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외쳤다. PC방·카페·음식점 등 22개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비대위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 등 최근의 방역 지침이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며 이같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밤 11시 넘어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다들 밤 10시까지 각자의 가게에서 생업에 종사하다 가게 문을 닫고 모였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된 시각인 밤 11시를 훌쩍 넘어서 시작됐다. 경찰이 ‘1인 초과 기자회견'은 불법이라며 경력을 동원해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민노총이 8000여명(주최 측 추산) 규모의 불법 집회를 연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기자회견 주최 측과 실랑이 끝에 ‘순수하고 평화로운 1인 기자회견’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LED 전광판이 설치된 시위용 트럭을 여의도공원 인근에 세우고 ‘1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정 시각보다 30분이 지난 11시 30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기홍 비대위 대표는 “우리는 당장 폐업하고 빚이 늘어가는데, 정부는 아직도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정확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시간 제한이나 인원 제한을 철폐하고 손실 보상을 조속히 소급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자영업자도 국민이니, 자영업자를 살려달라”고도 했다.
이어서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의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무대에 올랐다. 최 의원은 “국가의 시책에 협력·협조·희생해왔는데 정당한 보상은 커녕 당연하게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 시간에 많은 중·소상공인이 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나서게 된 점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20분가량 이어진 기자회견 후 여의도에 모인 자영업자들은 차량 시위를 위해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일대로 향했다. 당초 비대위는 차량 500여대를 동원해 광화문 일대에서 ‘1인 차량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25개 검문소를 설치해 이동을 통제하자 장소를 바꾼 것이다.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도착한 자영업자들은 사전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자영업자들과 함께 차량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각자 차량에 1인씩 탑승해, 비상등을 켜고 마로니에공원과 서울대병원 사이 2.7km 구간을 2차선 도로 중 인도쪽 2차선을 이용해 두 바퀴를 돌았다. 당초 김종민 비대위 대변인은 “500~700대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삼엄한 경찰의 검문으로 인해 실제 행진에 나선 차량은 150여대(주최 측 추산) 정도였다.
차량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비대위의 차량 시위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니 자진해서 귀가하라”는 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경찰은 도로에서 자영업자 차량을 일일이 멈춰 세우고, 차량 내 인원과 차량번호 등을 확인했다. 시위 도중 경찰 통제에 반발해 도로 가운데 멈춰선 차량의 차주에게는 “계속 정차할 시 강제 견인하겠다”고 했다. 이날 차량 시위에 나선 코인노래방 업주 이모(45)씨는 “비상등을 켜고 한 바퀴 더 도는 것이 보이면 처벌하겠다고 경찰이 엄포를 놓더라”며 “어찌나 채증이 심한지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끝나게 생겼다”고 했다.
차량 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15일 오전 1시가 되자 일제히 경적을 울린 후 해산했다. 김기홍 비대위 대표는 “15일 오후 11시 50분에도 다시 모여 차량 시위를 할 것”이라며 “경찰 통제가 심해 장소는 즉석에서 공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