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리바트는 18일 126가지 컬러팔레트를 영국의 유명 실내 건축가 에이브 로저스와 손잡고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한 색(色)을 통해 회사의 도전정신을 드러내겠다는 얘기다.

현대리바트는 영국의 유명 실내 건축가 에이브 로저스와 손잡고 최근 126가지 색상을 담은 ‘리바트 컬러 팔레트’를 만들었다고 18일 밝혔다. 자사 제품에 적용할 고유의 색(色)을 따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새로 내놓는 가구·인테리어 제품에 이 컬러 팔레트를 적용할 계획이다. 파랑·초록 빛깔을 만드는 데 유독 공을 들였다. 심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어비스 블루’, 헤엄치는 혹등고래 빛깔을 따왔다는 ‘험프백 웨일 블루’ 등 파랑·초록 계열 빛깔만 50가지가 넘는다. 현대리바트 측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바다 관련 색채 개발에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최근 색채나 향기, 음악 등 오감(五感)을 동원해 기업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한 번만 현장에서 마주쳐도 오래 뇌리에 남는 소위 ‘경험 기억’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에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MZ세대를 차세대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감(五感)으로 고루한 이미지 벗는다

지난달 말 보험회사 신한라이프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하면서 새 간판 출범식에서 보라색을 내세웠다. 성대규 대표이사 사장은 보라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가상 모델 ‘로지’를 만들고 그가 매일 보라색 옷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신한라이프 측은 “보험에 돈 쓰는 것에 상대적으로 관심 없는 2030세대를 겨냥해 눈에 띄는 보라색을 내세운 것도 있다”고 했다.

색(色)으로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시도는 최근 더 활발해지는 추세다.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은 이달 초 ‘신한문화포럼’을 열면서 회사 상징색인 푸른빛 상의를 입고 나왔고, 민기식 푸르덴셜 사장도 작년 11월 회사가 KB금융그룹에 편입될 때 노랑이 회사 상징색임을 알리기 위해 노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고루한 회사라는 인식을 깨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향(香)을 강조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도 손님이 직접 찾아와야만 수익이 생기는 호텔이나 대형 매장에서 특히 향기 마케팅을 내세운다. 작년 12월에 문을 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감귤 계열의 과일 향기와 초록 잎사귀 냄새, 보드라운 꽃냄새를 섞은 자체 향수를 개발, 로비와 방에 뿌리고 있다. “호텔에 투숙한 기억을 향기를 통해 나중에도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호텔은 은은한 나무 향기로 자체 향수 ‘워크 인더 우드’를 개발했고, 플라자호텔도 유칼립투스 향을 담은 ‘P컬렉션’ 향기를 만들었다. 아파트를 짓는 현대건설도 각종 허브 냄새를 섞은 향기를 자체 제작,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 뿌려놓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로 유명한 무신사는 지난 5월 서울 홍대에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서 카네이션·파촐리·재스민 냄새를 섞은 향기를 뿌려 매장 전체에서 숲의 냄새가 나도록 했다. “상품을 보기도 전에 이 향을 맡으면 무신사 로고가 떠오르도록 하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청각을 활용해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알리려는 경우다. 이번 달 말부터 지니뮤직과 함께 매달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앱을 통해 공개하고 백화점 내 지니뮤직 전용관에서도 관련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7월엔 바캉스를 주제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모리스 아브라바넬 등의 지휘자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을 목록에 넣었다.

◇MZ세대 겨냥한 ‘경험 기억’ 마케팅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오감을 동원해 회사 DNA를 알리려는 움직임이 비대면 시대일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언택트 시대에선 오히려 청각·후각·촉각 등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법이다. 이 욕구를 오프라인에서 해소한 기억이 온라인 쇼핑으로도 이어진다”면서 “기업들은 갈수록 고객에게 감각적 경험 기억을 심기 위해 애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체험형 매장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부터 영국 런던 도심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쇼케이스 매장을 연 것, LG전자가 지난 4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청담 쇼룸에서 디자이너 지춘희씨의 패션쇼를 진행했던 것도 경험 기억을 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