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가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의 2.5배가량 되는 급여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MSC는 이달 초 초대형 컨테이너선(1만TEU 이상급)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원·조리장·조리원 등을 대상으로 채용 공고를 냈다. 1등 항해사는 한 달 1만3000달러~1만4000달러(약 1500만원~16000만원)를, 최저직급인 갑판원은 한 달 5000달러(약 570만원)의 급여를 내걸었다. 이는 HMM 선원이 받는 월 급여의 2.5배 수준이다. MSC가 우리나라 경력직 선원에 대한 채용 공고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MSC가 한국인 경력직 선원을 채용하겠다고 나선 건 최근 전 세계 해운선사가 경쟁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면서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출항하는 대형 선박은 최신 IT 설비를 갖추고 있어 이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선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 컨설팅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지난해 8월 이후 새 선박 43척을 발주하고 중고 선박 약 60척을 사들이면서 사세를 급격히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해운사는 사실상 HMM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MSC가 공격적인 스카우트에 나서자, HMM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HMM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직원 불만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임금이 8년이나 동결된 데다 선원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돼 인력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HMM 관계자는 “MSC의 채용 공고가 동요하는 직원들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전 세계 해운사의 인력 수급 경쟁에 끼여 우리나라 해운사가 심각한 인력 유출 사태를 겪을까 우려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