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조 현장에 ‘4조2교대’ 근무제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4조2교대 근무제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조는 주간·야간에 각각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근무 형태를 일컫는다. 그간 국내 제조업계에선 하루 8시간씩 돌아가며 일하고 쉬는 4조3교대 근무가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일할 때 길게 일하고, 쉴 때도 한 번에 오래 쉴 수 있는 ‘4조2교대’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이를 잇따라 도입하는 것이다. 4조2교대로 바꾸면 하루 12시간씩 일하기 때문에, 기존 4조3교대와 비교할 때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쉴 때 몰아 쉬기 때문에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다. 대신 일을 하지 않는 휴무일이 연간 80일 정도 많아진다.
◇더 길게 일하고 길게 쉰다… 4조2교대 바람
‘4조2교대’ 근무제가 가장 활발한 업종은 정유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노사 합의를 통해 현행 4조3교대 근무제를 4조2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S-OIL이 정유업계에선 처음으로 4조2교대 근무제를 도입했고, 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도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정유업계가 우선적으로 4조2교대를 도입하는 것은 첨단 시스템으로 거대 설비로 움직이는 ‘장치 산업’인 만큼, 노동 강도가 비교적 강하지 않아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하루 8시간 근무와 12시간 근무에서 느끼는 피로도에 큰 차이는 없다”며 “이 때문에 일할 때 집중적으로 장시간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4조2교대에 대한 요구는 20~30대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현대제철은 최근 노사 임금단체협상을 거치면서 기존 4조3교대 근무에서 4조2교대 근무로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지난 21일 조합원 투표에서 임금 협상이 부결되면서 4조2교대 근무 도입도 일단 연기됐지만, 이를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측은 “당진제철소 경우엔 20~30대 직원이 49%에 이른다. 이들을 중심으로 더 집중적으로 일하고 집중적으로 쉬길 원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했다. S-OIL이 올해 초 4조2교대 근무를 도입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S-OIL 노조 관계자는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휴일을 휴일답게 쉬자’는 요구가 계속 제기됐고,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생산성과 효율을 고려해 근무제를 바꾸기로 했다”고 했다. 6개월간 17개 부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한 뒤 전 부서로 전면 확대를 결정했다. 반도체 소재 제조 기업인 SK실트론도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초부터 4조2교대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일부에선 ‘부적응’… 안전사고 우려도
주요 기업 중 4조2교대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2011년 4조2교대를 도입했다. 근무제를 바꾸면서 연간휴무일이 기존 103일에서 190.5일로 대폭 늘었다. 포스코 측은 “근무제를 바꾸면서 직원들이 주말에 여행을 가거나 취미를 갖고 다른 교육을 받는 경우도 늘었다. 이를 통해 직원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4조2교대 근무 전환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관행을 깨고 새 근무 형태를 도입하는 만큼, 기존 근무 체제에 익숙한 고참 직원들은 4조2교대 근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8시간씩 일하던 것에 익숙한 상황에서 4시간 근무를 더해야 하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직원도 간혹 있다”고 했다. 익명 게시판에서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교대로 전환하면 당일 출근이 가능한 사람이 줄어 비상 상황에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 제조 생산 현장에서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근무 시간이 길수록 업무 피로도가 높아져 안전사고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4조2교대를 도입하면서 피로로 인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휴게 시설을 확충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함께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