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과 경기 회복 기대감에 산업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이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7월 중순까지 총 24기 원전 중 8기가 정비로 가동을 못 하는 상황이 되자, 석탄 발전 가동률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 전체 설비 용량 35.3GW 가운데 90%가 넘는 30GW를 매일 가동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5시에는 전국 화력발전소 58기 중 환경개선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가 전부 가동됐다. 이날은 최대 전력 수요가 91.1GW까지 치솟은 날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몰릴 때는 석탄뿐 아니라 다른 발전소 가동률도 올라간다”며 “석탄 발전은 한번 가동하면 껐다 켰다 하기가 쉽지 않아 24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당분간 석탄 발전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상반기 전력시장 리포트’에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올해와 내년 각각 5%,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도 석탄 발전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 발전 수요가 늘면서 석탄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광물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국내 석탄 발전소들이 주로 사용하는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94.03달러로, 지난해 8월 7일 37.25달러에 비해 152%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3일 “전력 수요 회복으로 연료용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전력 수요가 많을 때 화석 연료의 인기는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의 탄소 중립 실현 목표와는 달리 석탄 발전 수요가 늘면서 탄소 배출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이 연간 6% 이상 감소해야 하는데 올해와 내년 오히려 석탄 발전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최근 2년간 감소한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량이 올해 3.5%, 내년 2.5%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