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CATL이 29.9%로 1위를 차지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4.5%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LG에너지솔루션이 1위(23.1%)였고 CATL이 2위(22.7%)였다.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력에서 CATL에 한발 앞서 있고 CATL은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이 있다”면서 “두 회사가 양국 배터리 산업의 자존심을 걸고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의 CATL VS 기술력의 LG엔솔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LG엔솔(당시 LG화학)에 비하면, 2011년 설립된 CATL의 출발은 늦었다. CATL은 중국의 전기차 시장을 발판 삼아 급성장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하는데, CATL은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4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LG엔솔이 크게 앞선다. 지난 1~5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35.5%로 1위를 차지한 반면 CATL은 9.6%로 5위에 그쳤다. CATL에 중국 내수용 배터리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들이 최근 빛을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등이 잇따라 CATL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CATL의 글로벌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원가 절감을 통해 전기차 판매 가격을 낮춰야 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CATL 배터리는 매력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업체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앞선 기술이 장점이다. 배터리 특허 건수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만3610건을 확보해 CATL(2221건)보다 10배 이상 많다.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CATL의 기술력을 LG에너지솔루션의 80% 수준으로 평가한다. 안전성이 보장된 배터리를 원하는 전 세계 20여 개의 완성차 업체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CATL이 생산 공장을 중국에만 두고 있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탄탄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한국·미국·중국·폴란드(유럽) 등 4개 지역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많은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배터리를 현지에서 생산하면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동차 업체의 요구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엔 현대차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에도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경쟁
두 회사의 경쟁은 최근 차세대 배터리로 옮겨붙었다. CATL은 지난달 말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주행거리가 짧은 게 단점이지만 CATL은 “제조 공정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전지와 전고체전지를 2027년 양산한다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리튬황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볍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높다. 전고체전지는 폭발 위험성이 낮아 전지의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가격 경쟁과 물량 공세로는 CATL을 절대 이길 수 없다”면서 “LG엔솔 입장에선 안전하면서도 품질·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 CATL과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