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가 23일부터 외출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 마트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호찌민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국내 중소기업들이 초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자, 최대 도시인 호찌민이 전면 외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호찌민시는 23일부터 시민들의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 봉쇄 조치를 내렸다. 당초 다음 달 15일까지 생필품이나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통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3000명 넘게 발생하자 더 강력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봉쇄 기간 군 병력을 동원해 음식 배급과 방역 지도 업무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호찌민 현지에 가전·TV 공장을 둔 삼성전자가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의 TV,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을 생산해 동남아·유럽·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이 공장은 삼성전자 가전 공장 중 둘째, TV 공장 가운데선 셋째로 큰 글로벌 생산기지다. 특히 TV·가전업계 최대 대목인 11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상황에서 호찌민 공장 가동률은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에서는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려면 공장 내에 직원들의 숙박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텐트와 야외 샤워장 등을 부랴부랴 증설했지만, 근무 인원은 2000여 명 수준으로 평소(7000명)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호찌민 공장을 하루 동안 멈출 경우 약 171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가전업계에서는 공장 가동률 저하에 부품 조달 문제까지 겹치면 수익성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공장에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삼성전자 제품 공급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TV 제품 중 인기 모델을 주문할 경우, 한국 소비자들도 제품 주문 후 배송까지 3주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룡 중기중앙회 베트남 사무소장은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봉쇄 조치에 지친 직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