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콘센트형 충전기로 현대차 코나EV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기둥 벽면에 붙은 노란색 장치가 콘센트형 충전기로, 주유기처럼 충전량을 정해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를 하면 충전이 가능하다. 이 장치와 연결된 충전 케이블은 전기차 소유자가 구매해 차량에 갖고 다녀야 한다. /파워큐브

코나 전기차를 타는 김상민(45)씨는 “예전에는 충전기를 찾으러 대형마트나 공공기관을 떠돌았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퇴근해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 아파트 주차장에서 밤새 충전하는 ‘집밥’ 덕분에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한 집밥이란 아파트 주차장 벽면 220V 콘센트에 ‘과금 장치’를 달아 전기차 충전기로 전환시킨 콘센트형 충전기다. 자기 집 주차장에서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전기차주들 사이에선 요즘 이 같은 애칭으로 불린다.

올해 전기차 판매(상반기 3만8886대)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전기차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충전 인프라 부족이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의외로 충전기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콘센트형 충전기가 ‘충전 해결사’로 급부상한 덕분이다.

전기차 및 충전기 등록 현황

◇요금 부과 장치 달려 있는 케이블로 충전

신축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탠드형 완속충전기는 3500만원 내외의 설치비가 들고 별도 장소가 필요하다. 반면 콘센트형 충전기는 주차장 벽면 콘센트만 있으면 설치할 수 있다. 전기차 운전자는 10만~20만원짜리 콘센트형 충전 케이블만 들고 다니면 된다.

충전기 급속, 완속 일반, 완속 콘센트형

충전 케이블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인증을 거친 뒤 사용할 수 있다. 주유기처럼 충전량을 정해 미리 결제하면, 통신칩·전력계량기가 내장된 콘센트형 충전기가 이를 인식해 결제한 만큼만 전력을 공급한다. 충전이 끝나면 자동으로 전력 공급을 차단한다. 충전 중에 차를 옮겨야 한다면 사용량만큼만 결제되고 나머지는 환불된다. 10시간을 충전해야 150㎞ 달릴 수 있는 정도로 느리지만, 앱이 사용자를 식별해 요금을 따로 부과하기 때문에 도전(盜電·전기 도둑질) 우려는 없다.

콘센트형 충전기는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설치를 허가하면서 본격 확산됐다.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50만대 보급을 공언한 정부와 지자체가 50만~60만원 상당의 콘센트형 충전기 설치비를 전액 지원하며 보급 확대에 나서면서 이를 설치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작년 7월부터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 혜택을 대폭 축소해 충전 요금이 크게 오른 것도 콘센트형 충전기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7㎾급 스탠드형 완속충전기 요금은 작년 초 ㎾h당 60~70원대였지만, 현재 180~220원으로 3배 수준으로 뛰었다. 3㎾급 콘센트형 충전기는 최저가 120원으로 아직 저렴한 편이다.

콘센트형 전기차 충전기 /파워큐브

◇아파트 단지 내 충전 갈등도 벌어져

전기차를 모는 운전자들은 충전이 한결 편해졌지만 각 아파트 단지에선 전에 없던 새로운 ‘충전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스탠드형 충전기와 달리 최근 콘센트형 충전기가 설치된 곳은 대부분 전기차 구역이 따로 설정돼 있지 않은 탓이다. 내연기관차가 먼저 주차한 경우, 충전이 급한 전기차주가 내연기관 차주에게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했다가 “전기차 전용구역도 아닌데 왜 귀찮게 하느냐”며 시비가 붙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역으로 묶기엔 입주민들 반발이 상당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런 갈등은 충전시설이 훨씬 많아지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많아져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6만기 정도인 완속충전기를 2025년까지 50만기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부분 콘센트형 충전기로 이를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콘센트가 없는 아파트 단지들도 있어 콘센트형 충전기가 만능이 될 수는 없다. 김필수(대림대 교수) 전기차협회장은 “국민 다수가 아파트 생활을 하는 한국에서 전기차가 성공하려면 콘센트형 충전기가 현실적 대안”이라며 “그러나 무선 충전 같은 신기술 등 다른 방안도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