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6월 임단협을 시작한 지 77일 만이다.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HMM이 파업 위기를 벗어나면서, 최악의 물류 대란을 걱정했던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은 시름을 놓게 됐다.
2일 HMM 노사에 따르면, 배재훈 HMM 사장과 김진만 육상노조위원장,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HMM 본사에서 임금 7.9% 인상, 격려금 및 생산장려금 650%를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임금 인상분은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고 격려·장려금은 연내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사측이 제시한 수정안보다 임금 인상률은 0.1% 낮아졌으나 성과급 150%를 추가하는 안을 노조가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1일 밤 10시쯤 협상이 결렬 직전까지 갔으나 HMM 임원들이 노조를 설득해 자정부터 재협상에 들어가 2일 오전 8시쯤 이 같은 합의에 이르렀다. 특히 노사가 3년간 공동으로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임금 경쟁력 회복과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안 문구를 놓고도 막판까지 산업은행에서 최종 결정을 해주지 않아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노사는 네 차례나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 측은 “해상노조는 8년, 육상노조는 6년간 임금이 동결돼 동종 업계보다 임금 수준이 크게 낮다”며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했다. 반면 산업은행 관리를 받는 회사 측은 임금 5.5% 인상과 100%의 격려금을 제시했다. 결국 육·해상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0%가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고, 선원들로 구성된 해상노조는 조합원 30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스위스 해운업체로 단체 이직을 하겠다’고 밝혀,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가 고조됐다.
HMM측은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과 해운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